시간은 돈이다. 복잡한 구조의 현대는 물론 과거에도 그랬다. 인간은 수렵에만 의존하던 시절에도 해와 달의 움직임으로 시간의 변화를 가늠하려 애썼다. 기록상 최초의 시계는 기원전 4,000년께 바빌로니아의 해시계다. 최초의 시계가 없었다면 최초의 문명도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14세기 이후 원시적인 기계식 시계가 등장하기 전까지 인간은 주로 태양과 흐르는 물에 의존해 시간을 측정했다. 조선도 정교한 해시계와 자동으로 움직이는 물시계인 자격루를 만들었다.
△태양은 물은 매일 일정하게 뜨고 지며 흘러내렸지만 시간의 측정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구의 자전에 따라 속도와 흐름, 진동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계였던 진동이 이제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올랐다. 일정한 주기로 진동하는 원자의 특성을 시간측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1967년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1초를 '세슘(Cs) 원자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으로 정했다. 요즘에는 세슘 대신 이터븀(Yb)과 스트론튬(Sr)을 이용해 시간을 새롭게 정의해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터븀은 진동수는 초당 518조2,958억번이 넘는다. 세슘보다 5만6,000배 이상 많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최근 이터븀 원자시계를 만들었다. 1억년에 약 0.92초 오차가 나는 초정밀 시계다. 세슘시계 오차가 10만년에 1초이니 1,000배 이상 정확하다.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2003년 개발에 착수한 지 11년 만에 이룬 쾌거다. 현재 가장 정밀한 시계는 미국 실험천체물리학합동연구소(JILA)의 스트론튬 원자시계(50억년에 1초 오차)다. 초정밀시계는 쓰임새가 넓다. 정확한 시계는 항법(航法)에 핵심 역할을 한다. 비행기·선박 등에 쓰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대표적인 예다.
△정확한 시계는 국운을 가른다. 선박의 속도와 위치를 측정하는 항해도구를 갖췄으나 경도를 알 수 없어 고민하던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으로 성장한 데는 경도까지 완벽하게 측정하는 해상시계(크로노미터)를 만들어낸 시계공 해리슨의 노력이 깔려있다. 시계의 발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스마트폰에 의료기기까지 결합하는 시계형 신제품도 정확한 시간의 측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세계 3번째로 개발한 한국의 원자시계가 시간측정의 발전과 진보를 이끌기 바란다./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