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차에 230억 과징금·시정명령

"현대차 노·사 결탁 대리점에 독과점 지위 남용"
노조가 직원채용까지 간섭, 社는 '밀어내기 판매'
현대차선 "판매목표 할당은 영업상 불가피" 반박


불법파업, 전 노조위원장 금품수수 등으로 현대자동차 노조가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현대차 영업직원들이 가입한 지역노조가 대리점의 직원 채용이나 전시장 이전에 대해 사실상 승인권을 갖는 등 과도한 권한을 행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리점의 ‘밀어내기 판매’ 강제 등 현대차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행위도 적발됐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5년 12월 현대차 대리점들의 신고를 접수해 5차례의 현장조사 등을 실시한 결과 현대차가 판매대리점에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과징금 230억여원(잠정)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부과된 33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는 직영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와 협정을 맺고 대리점이 매장 이전을 원할 때 지역노조(직영지점 판매원으로 구성)와 협의하도록 했다. 각 지역 직영 지점과 대리점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대리점이 판매에 유리한 장소로 이전하려 할 경우 노조 측과 협의가 되지 않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또 대리점의 영업인력 채용에 대해서도 지역노조가 반대한다는 이유 등으로 승인을 불허하거나 지연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리점이 등록되지 않은 인력에게 차량을 판매하게 한 경우 경고나 지원금 삭감, 재계약 거부 등으로 총 463건의 제재를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도한 ‘밀어내기’식 영업도 문제가 됐다. 현대차는 대리점들에 판매목표를 부과, 실적이 부진한 곳에 경고장을 발송하거나 자구계획서를 요구하는 등 제재를 가해왔다. 대리점들은 할당된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감일이 임박해지면 회사에서 차량을 우선 출고한 뒤 이를 보관하다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밀어내기식 판매를 해왔다. 조사 결과 2003년 이후 실적 부진을 이유로 발송된 경고장은 143건에 달하며 7곳의 대리점이 폐쇄됐다. 김원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현대차가 기아차 인수 이후 얻은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들에 각종 불이익과 제재를 가해왔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현대차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리점의 인력 채용 및 위치선정의 노조 승인’건은 지역노조와 대리점간 ‘싸움’에서 회사 측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강제 할당했다는 공정위 발표에 대해서도 ‘영업상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과징금 산정은 대리점의 매출액이 아닌 판매수수료를 기준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한편 현대차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는 이번 건 외에 2건이 더 남아 있다.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르면 오는 2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 혐의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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