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참여연대와 외국인의 코드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지난 99년 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 지분 6%를 팔아 1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타이거펀드는 당시 참여연대와 연대해 SKT의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을 관철시키며 경영에 참여했으나 곧 지분을 팔고 한국을 떠났다.
9일 참여연대는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사상최대의 주주대표소송을 시작하면서 SK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소액주주운동에 외국인이라고 동조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주장한다.
검찰에 의해 1조원대의 배임혐의로 기소된 손 회장 등은 손해배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판단은 법원의 몫이기에 주주대표소송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운동의 목적'을 위해 의도가 불순한 혹은 알 수 없는 외국인과 꼭 손을 잡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소송에 동참하는 외국인은 '소버린'이 아니며 단지 '복수의 외국인 기관'이라고 밝혔지만 그들이 SK그룹과 경영권 분쟁 와중에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임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올 주총에서 소버린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던 김준기 연세대 교수는 기자와의 사석에서 "소버린은 적지않은 외국인 기관들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여놓았다"고 말했다. 소송의 배후에 있는 외국인이 내년 주총에서 소버린과 함께 SK의 경영권 장악 명분을 쌓으려는 세력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소버린의 소유주로 알려진 모 형제와 그 대리인을 직접 만나고 경영권 분쟁의 중재 역할까지 도맡으려 했던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이 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중재에 실패한 참여연대는 지난해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현재진행형인 경영권 다툼에서 '운동'만을 위해 한쪽의 전략적 이용에 눈감고 약속마저 져버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참여연대가 오직 소액주주운동에만 매달려 '공정한 게임'이나 '국부유출' , 나아가 '무엇이 참된 국익'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겠다면 그것은 별개다.
입력시간 : 2004-06-09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