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ㆍ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4일 국정원 도청을 지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씨와 신건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수사를 지휘한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이들 두 국정원장은 국정원 직원의 도청을 묵인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안보와 상관없이 국내 주요 인사에 대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도청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황 차장은 또“원장들의 도청 지시 행위는 불특정 국민 다수를 상대로 한 전형적인 국가의 기본권 침해사건으로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ㆍ신씨 등은 재직 시절 김 대통령의 도청 근절 지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도청수사팀을 확대해 저인망식으로 정치인 등 유명 인사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도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전 원장은 재직 중 유선중계망 감청장비인 R2 개발이 완료되자 도청팀을 3교대 24시간 근무체제로 확대하고 관련 예산을 확충하는 등 도청기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임 전 원장은 도청기능 확대로 동시에 도청할 수 있는 규모를 3,600회선으로 늘리는 한편 휴대폰 통화를 도청할 수 있는 감청장비인 CAS가 개발되자 합법적인 감청에 특정 도청번호를 끼워넣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 무차별적인 도청을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임씨 후임의 신 전 원장은 R2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도청규모를 더욱 확대했으며 검찰 수사 도중에는 소환된 도청 실무자들을 수 차례 만나 도청 시인 진술 번복을 요구하는 은폐지시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황 차장은“이들 두 원장이 대북사업 등 국가에 공헌한 점을 고려해 선처 방안도 고민했으나 이미 구속된 김은성 전 차장과의 형평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중대 범죄 등을 고려해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