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거대·관료화가 무기력한 조직을 만든다

■ 파킨슨의 법칙 (노스코트 파킨슨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격무에 시달리던 A가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부하직원 B, C를 뽑았다. 시간이 지나자 B, C도 힘들다고 하소연 했고 각자 DㆍE, FㆍG를 부하직원으로 뽑았다. 그럼에도 A의 업무량은 여전히 줄지 않는다. 혼자 일할 때와 달리 이제는 부하직원들의 업무를 관리하고 뒤치다꺼리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런 식으로 직원 수가 늘어난다. 영국 경제학자인 저자의 이름을 딴 '파킨슨의 법칙'은 1900년대 초반 영국 식민성 행정직원, 해군본부 관리들의 숫자를 분석해 도출한 공식으로 공무원 수와 업무량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1955년 '런던 이코노미스트'에 발표돼 공무원 사회를 비롯한 거대 조직에 경종을 울렸다. 저자는 "일이 많아져서 부하직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상급 공무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부하직원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직원 수가 늘어난다"며 비대하고 관료화 한 조직을 비판했다. 여전히 유효한 파킨슨 법칙을 포함해, 다양한 조직 운용의 과학적 분석이 책에 담겼다. 예산 심의에 필요한 시간은 각자가 가늠할 수 있는 돈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예산 액수'의 규모에 달려있다. 각종 안건을 처리하는 위원회의 구성 인원은 5명이 적절하고, 20명 이상의 내각이나 위원회는 쇠퇴하기 쉽다는 주장도 있다. 건축물의 위엄과 행정 효율성의 상관관계, 조직의 적임자를 선발하는 방법과 은퇴 시기 등도 흥미롭다. 냉소적인 풍자로 유명한 저자는 '시간이 부족하고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한 사람은 3분이면 끝낼 일을 질질 끌면, 다른 사람들을 의문과 불안에 빠뜨려 결국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조언을 남겼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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