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에 시중자금 몰린다] 쿠쿠전자 등 대어급 속속 입성 준비… 박스권 탈출 구원투수로

공모주 10% 배정 받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자산가 필수아이템 부상
상장 재무요건기준 완화등 금융당국도 활성화 팔걷어


지난 2월 1,253.41대1의 공모주 청약경쟁률로 올 들어 최고 기록을 세운 오이솔루션의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서울경제DB

올 들어 공모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증시 불황 속에서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수익 투자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며 변동성이 급격히 떨어져 단타매매로 수익을 얻기가 어려워지자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앞다퉈 몰리고 있다. 공모주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 받을 수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강남 슈퍼 리치들이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편입시켜야 하는 상품이 됐다. 여기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공모주가 증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기업 상장을 독려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공모주 열기는 공모규모와 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경쟁률에서 확인된다. 세계거래소연맹(WFE)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의 신규 상장 건수(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에서의 신규·이전·재상장 사례를 모두 포함한 수치)는 모두 21건으로 집계돼 중국·홍콩·호주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네 번째로 많았다. 이 중 현재까지 유가증권과 코스닥에 신규 입성한 공모주는 6개(한국정보인증·인터파크INT·오이솔루션·BGF리테일·캐스텍코리아·트루윈)로 일반 투자자 청약경쟁률이 100대1을 밑돈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오이솔루션과 트루윈의 청약경쟁률은 각각 1,253대1, 1,018대1이었다. 상반기 최대 규모로 공모한 BGF리테일의 경우 청약증거금으로만 4조5,789억원이 밀물처럼 유입됐다. 이달 청약을 마감한 화인베스틸·아진에스텍·윈하이텍 경쟁률도 모두 200대1을 넘겼다.

수익률도 대박 수준이다. 6개 공모주의 공모 첫날 평균 주가 상승률은 75.1%에 달했다. 공모주를 1,000만원어치 배정 받은 사람이 첫날 종가로 모두 매도했다면 하루 만에 750만원의 수익을 손에 쥘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날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한국정보인증 158%, 인터파크INT 183%, 오이솔루션 113%, BGF리테일 64% 등 평균 106%를 기록했다.

공모주가 날개를 달자 올해 도입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도 고액자산가들의 집중 러브콜을 받고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동시에 30% 이상을 신용등급 투기등급(BBB+ 이하)인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자는 투자금액 5,000만원 한도에서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신용 리스크가 있는 BBB급 이하 채권에 투자해야 해 분리과세 혜택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로 공모주 물량의 10%가 우선 배정된다는 소식에 지금은 고액자산가들의 워너비 상품이 됐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4월 첫 출시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로 3개월 만에(16일 기준) 6,061억원이 모였다. 일반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가입할 수 있는 공모형에 1,549억원,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찾는 사모형에는 4,512억원이 몰린 것이다. 이달 말 공모주 대어(大魚)로 불리는 쿠쿠전자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하는 것을 비롯해 연말을 전후해 삼성그룹의 삼성SDS·삼성에버랜드까지 상장할 것으로 보여 공모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채권금리는 연 4% 수준에 불과하고 주식으로는 좀처럼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며 "이에 따라 상반기에 좋은 성적을 냈던 공모주 및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로 자금이 더욱 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도 "상장 계획을 발표한 삼성SDS·삼성에버랜드의 기업공개(IPO) 규모만 3조원이 예상된다"며 "대어급 공모주의 등장에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주가 증시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공모주 활성화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된 후 증시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청와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기업 상장 지원을 통한 증시 부양 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현재 상장하는 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최경환호가 닻을 올리면 정부가 IPO를 하는 기업들에 법인세와 상속세 등을 감면해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초부터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는 4월 기술상장특례 기업의 업종제한을 없앴고 진입 재무요건을 자기자본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췄다. 코스닥시장의 질적 심사기준 항목을 55개에서 25개 수준으로 줄이는 기업 상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고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최대주주의 지분매각 제한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기업 상장 활성화 방안을 추가로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기업 상장을 심사하는 한국거래소도 올해 상장유치부를 만들어 상장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상장절차가 간소화된데다 기재부가 상장하는 기업들에 각종 세제혜택까지 준다면 상장을 꺼리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대거 증시에 노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절차와 요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법인세나 상속세라도 감면해주면 상장을 고려하던 기업들이 대거 증시로 몰려오고 투자자들도 공모주에 돈을 넣어 박스권에 갇힌 증시가 오르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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