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부유층을 잡아라`
외국계 은행들이 아시아 거액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서비스 부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시티그룹과 HSBC 은행 등 소매금융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은행들 뿐 아니라 그 동안 주로 자문ㆍ중개 수수료 업무에 치중해왔던 투자 은행들도 아시아 프라이빗뱅킹(PB) 시장 점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이들 지역 내 부유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미국 내에서는 은행 업종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스탠 오닐 메릴린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자산관리 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소매금융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오닐 회장은 아시아 투자 확대 대상국으로 일본과 한국ㆍ중국ㆍ인도 등을 들며, 이를 위해 이 분야 전문가 고용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과 관련해 오닐 회장은 “지난 3분기 일본에서의 실적이 매우 향상됐다”며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을 앞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릴린치의 자산관리 서비스에는 주식 등에 대한 중개 업무와 예금서비스 외에도 전체 자산의 마스터 플랜을 설립해주는 서비스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메릴린치의 소매금융 자산은 약 680억달러이며,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은 세전 기준으로 전체 수익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오닐 회장은 소매금융 자산을 늘려나가면서 이를 통한 수익이 전체 수익의 절반 가량 차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메릴린치의 이번 발표에 앞서 UBS워버그 역시 최근 중국 내 PB 사업을 위한 베이징 지점 설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리온 브리튼 UBS워버그 부회장은 지난 달 왕치산 베이징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PB 업무를 위한 베이징 지점 신청서를 제출했었다.
한편 이러한 외국계 은행들의 아시아 PB 시장에 대한 공략 강화로 아시아 은행들의 영업 기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은행 업무를 거의 외국계 은행들이 독식하듯 PB 업무에 대한 외국 은행들의 시장 잠식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