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6명을 포함해 12명의 고위공직자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쌀 직불금 파문으로 촉발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인사 독립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감사원 인적쇄신론의 중심에 있던 감사위원 6명의 사표 수리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김종신ㆍ이석형ㆍ박종구ㆍ하복동ㆍ김용민ㆍ박성득 감사위원 가운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감사위원은 박 위원 한 명이며 나머지 5명은 모두 참여정부에서 임명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쌀 직불금 파장으로 인한 감사원 인적쇄신 불똥이 결국 이들 감사위원에게 튈 것으로 보고 있다.
6명의 감사위원 중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종신 위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5명의 임기는 1년6개월 이상 남아 있다. 감사위원의 경우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4년 임기가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이들 6명의 감사위원은 최근 쌀 직불금 파장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차원에서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법 5조1항에 따르면 감사위원의 경우 인사제청권은 감사원장에게 있지만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6명의 최종 결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얘기다. 4급 이상의 감사원 고위공무원의 경우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감사원장 제청 이후 대통령이 임면하도록 해 이들의 거취에도 청와대 입김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12명의 사표를 받은 김황식 감사원장은 일단 사의표명을 즉각 수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쌀 직불금 감사경위에 대한 내부 감찰조사, 국회의 쌀 직불금 국정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선별적으로 사표를 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 감사위원의 사표 수리 범위에 따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인사 독립론 논란이 오히려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칼자루를 쥔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의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는 보루여야 하는 감사원이 역설적이게도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며 독립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추진했던 감사원의 인적 쇄신이 오히려 청와대 개입이라는 비난여론으로 역풍에 몰릴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실시된 KBS와 공기업 인사의 ‘외풍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는 쌀 직불금 파장 이후 불거진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계기로 감사원의 위상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관 등 위상변화를 위한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