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본드테러' 기승

젊은 여성들 상대 신변 위협…피해자 속출


“머리카락에 본드 테러를?” 긴 생머리를 가진 김나나(26ㆍ가명)씨는 얼마 전 5호선 아차산역에서 지하철을 탔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뒷 머리가 묵직한 느낌이 들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보니 본드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던 것. 기겁을 한 김씨는 곧바로 미용실로 달려갔지만 무려 3시간 동안 본드를 닦아내고 머리 손질 비용으로 10만원이나 지불해야 했다.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에 이어 본드테러 등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 범법 행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본드테러의 경우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2호선 잠실역, 8호선 가락시장 역 등에서 관련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피해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피해 사진을 올려 놓자 같은 피해를 당했다며 호소하는 여성들이 10여명씩 줄을 잇고 있다. 김씨는 “누군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는데 지하철에서 내리고 나니 머리에 본드가 붙어 있었다”며 “사건 이후로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섬뜩 섬뜩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여성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지하철 테러들이 점점 악랄해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방지책이 없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경찰이 운영하는 지하철 수사대는 2005년 155명에서 지금은 114명으로 오히려 줄어 들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공익근무요원 등 174명의 질서기동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잡상인 단속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최근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 ‘여성전용칸’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온다. 이미 지난 92년 한 차례 설치됐다가 흐지부지 사라진 적이 있고, 과연 통제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CCTV를 지하철 안에 설치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이 인권침해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보니 정작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철 테러가 자칫 피해 여성들을 정신적인 공황 상태로까지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성계의 요구는 빗발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