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형 대학총장 화려한 부활 예고

오영교 동국대총장 파격 인사등 혁신 주도
오명 건국대 총장 해외교류서 괄목 성과
일부서 고개들던 '한계론' 잠재워질듯



최고경영자(CEO)형 대학 총장이 최근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대표적인 CEO형 총장으로 주목받던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지난해 말 개혁 피로감에 따른 내부 반발로 연임에 실패하면서 대학가에서는 CEO형 총장에 대한 한계론이 부각돼왔다. 하지만 화려한 공직 경력을 바탕으로 총장에 취임한 오영교 동국대 총장과 오명 건국대 총장이 인사혁신과 국제화 진전 등 뚜렷한 성과를 내놓으며 CEO형 총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동국대는 지난 2월 KOTRA 사장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오영교 총장이 취임하면서 의사결정 및 인사 시스템이 확 바뀌었다. 우선 오 총장 부임과 함께 총장실에 있던 커다란 소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회의용 탁자와 빔 프로젝트가 설치됐다. 회의용 공간으로 탈바꿈한 총장실에서 열리는 정책조정회의에는 해당 본부장은 물론 실무 담당자까지 참여해 총장에게 직접 의견을 개진한다. 회의 사안도 빔 프로젝트를 통해 보고하기 때문에 종이 문서는 자취를 감췄다. 오 총장은 인사에도 과감한 성과주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내년부터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가 실시되며 그동안 3~4급 직원들에게 돌아가던 팀장 자리에 5급 직원을 발탁하는 파격 인사도 단행했다. 오 총장은 이 같은 개혁작업에 따른 내부 구성원의 불안을 의식해 점심시간마다 단과대 교수들과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동국대의 한 교수는 “오 총장의 개혁작업을 아직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원칙이 확고한 만큼 학교의 변화와 혁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영교 동국대 총장이 ‘내치’에 치중한다면 언론사 사장과 과학기술부총리를 역임한 오명 건국대 총장은 ‘외치’에 중점을 두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9월 건국대에 부임한 오 총장은 교내 업무를 대부분 부총장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연이어 해외출장에 나서며 국제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취임 8개월여 만에 미국 2개 대학, 남미 1개 대학, 중국 2개 대학 등을 직접 찾아 교류협정을 체결했고 콜롬비아 정부로부터 정보기술(IT) 로드맵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건국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노벨상 수상자인 로저 콘버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석학교수로 초빙한 것도 오 총장의 국제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국대의 한 관계자는 “오 총장이 분초를 쪼개 국내외로 열심히 뛰니 구성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달라진 교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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