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바이 코리아' 탄력

이달 2조원어치 순매수등 3개월연속 '사자'
기업 펀더멘털-주가 괴리·환율하락 우려도


외국인 투자가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4월 중 국내증시에서 1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해 2개월 연속 ‘사자’에 치중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발 먼저 벗어나고 있는 이머징마켓으로 자금이 속속 유입되는 가운데 지난해 비중을 크게 줄였던 한국시장의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도 이미 국내증시에서 2조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할 정도로 적극적인 ‘사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 코리아’의 탄력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4월에는 미국계 자금이 2007년 6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국내증시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점도 눈에 띈다. 미국계 자금의 경우 버진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ㆍ케이먼제도 등 조세회피 지역의 그것과 달리 중장기 투자성향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증시로 속속 들어오는 것은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GEM) 자금동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3월 GEM에서 한국의 비중 확대폭은 1.06%로 주요 국가 가운데 최대치를 나타냈다. 특히 GEM을 비롯해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로 꼽히는 아시아지역펀드ㆍ인터내셔널펀드ㆍ태평양지역펀드 등으로 9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신흥시장 유입 규모도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올 들어 신흥시장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규모는 ▦3월 13억달러 ▦4월 84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는 13일 현재 이미 72억달러에 달했다. 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신흥시장국 증시에 대한 순투자 확대 의사를 조사한 결과 2월 -4%포인트를 기록했으나 4월에는 26%포인트로 반전된 것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해준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중국 등 신흥시장국이 선진국에 비해 금융위기에 적게 노출돼 있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경제 조기회복론’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증시의 경우 주당순이익(EPS) 상승률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지난해까지 비중을 대거 축소해놓은 외국인들에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재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월 이후부터 외국인들이 이머징마켓, 특히 국내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바탕으로 투자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 빠르게 유입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을 강하게 끌어내릴 수 있고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가와의 괴리 확대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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