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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징계에 결국 소송으로 맞서면서 법원의 판단에 따라 KB 사태는 다시 소용돌이 속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이달 말께 법원에서 임 회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지가 최대 변수인데 법원이 임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 임 회장은 KB 회장직에 복귀해 조직과 예산을 쥐고 금융당국에 맞설 수 있게 된다.
물론 그전에 KB 지주 이사회에서 임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의결할 가능성도 있지만 사외이사들이 이 사안을 두고 분열돼 있는데다 법원의 판단이 나온 상태가 아닌 만큼 해임안 의결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B 지주 이사회는 17일에도 간담회를 열고 임 회장의 해임 여부를 논의한 데 이어 19일 정식 이사회를 열어 해임 여부를 결정한다.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지면 임 회장 KB 다시 장악=임 회장이 결국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소송으로 맞서면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이 임 회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금융당국이 내린 직무정지의 효력은 정지되고 임 회장은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임 회장의 손발을 묶은 상태에서 사퇴를 압박하던 금융당국이 예상 밖의 힘든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본안 소송과는 별개로 임 회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일단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2차례나 번복됐고 징계 수위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이 사건이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법원은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원은 최근 논쟁의 소지가 있는 가처분 신청은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법원의 판단은 이르면 이달 말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며 본안 소송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패닉에 빠진 KB 이사회..해임 의결 쉽지 않을 듯='다수의 이사 뜻'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빌려 임 회장에게 힘들게 자진사퇴를 권고했던 KB지주 이사회도 패닉에 빠지게 됐다. 가뜩이나 이사회 내부는 임 회장에 대한 당국 중징계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분열돼 있는 상황이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 이어 19일 정식 이사회를 열기로 했지만 대표이사 해임안을 의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해임안을 의결할 경우 임 회장이 이사회 의결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으로 맞설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사회까지 거세게 압박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표결을 통해 해임안을 강행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법원과 이사회가 모두 임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되려 금융당국이 손발이 묶이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현실적으로 임 회장을 압박할 수단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당국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불어닥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의 체면은 구겨지고 검찰 수사에만 의지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에 따라 대형 법무법인까지 접촉하며 임 회장과의 소송 준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