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현대重, 경영권 갈등 장기화 조짐

현대상선 지분 매입을 놓고 촉발된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무대응 방침 등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8일 오전 월례 계열사 임원회의를 통해 최근 경제동향을 점검하고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에 따른 후속 대비책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적극적인 성명을 통해 현대중공업이 매입한 현대상선 지분 26.68%의 10%를 매각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면서 "향후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 논의중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조만간 공시를 통해 '투자 목적'이라고 다시 밝히면이에 따른 반박 성명을 낼 수 있겠지만 내달 14일 현대상선 유상증자와 관련한 기존주주 신주배정 청약이 실시될 때까지 장기간 대치 국면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현대그룹은 18일 우리사주조합 청약을 시작으로 현대상선에 대한 3천만주유상증자에 나선 뒤 내달 14일 현대중공업그룹이 유상증자를 신청할 경우 '백기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상선측도 "현대중공업측이 현대상선 지분 매입과 관련해 투자 목적이라고주장하면서 우리측의 요청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고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주 초에 공시를 통해 '투자 목적'임을 재차 밝혀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임원은 "오늘 또는 내일 공시를 통해 현대상선 지분 매입이 어디까지나 투자 목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예정이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대치 국면이 오래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유상 증자 참여 여부를 현대상선 경영권 행사와 결부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이미 투자 목적임을 밝힌 만큼 현대그룹측의 무리한 요청에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을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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