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 웬만한 골프 팬이라면 배리 번(Barry Burn)이라는 개울 속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는 장 방 드 벨데(프랑스)의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이 홀에서 더블보기만 해도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던 그는 트리플보기로 자멸, 연장전에 끌려간 뒤 폴 로리(스코틀랜드)에 무릎을 꿇었다. 이는 통산 100승 달성에 재도전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군단도 기억해야 할 장면이다. 2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당시 장소인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링크스(파72ㆍ6,490야드)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1500년대에 만들어진 이 골프장은 지금까지 남자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7회 개최했지만 여자 선수들에게 문을 열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벨데의 악몽’을 거울 삼으면 태극 낭자군 앞에 놓인 과제는 해결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인내하고 집중해야 한다. 커누스티는 역전극의 무대로 유명하다. 1999년 로리는 최종일 선두에 10타나 뒤져 있다가 뒤집기에 성공했고 2007년 다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도 6타 앞서 있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를 따라잡아 연장전에서 웃었다. 벙커와 개울, 러프를 피하는 것도 필수다. 커누스티는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골프코스’라는 악명을 가졌다. 1999년 브리티시오픈 당시 로리의 우승 스코어는 6오버파에 달했고 타이거 우즈(미국)는 10오버파를 치고도 공동 7위에 올랐다. 2007년 대회 때 파71에 7,421야드에 비하면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은 다소 난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항아리 벙커와 개울은 한 순간에 경기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 바다 가까운 곳에 조성된 링크스코스가 그렇듯 바람은 큰 변수로 작용한다. 해링턴의 2007년 우승 스코어는 7언더파로 1999년과 13타나 차이 났을 정도다. 홀마다 때마다 방향이 달라지는 바람은 공포 그 자체다. 경쟁자들의 기세도 자연 못지 않게 거세다. 디펜딩 챔피언인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를 비롯해 ‘톱15’ 선수들이 빠짐없이 출사표를 던졌다. 24일 끝난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미야자토 아이(일본)와 미국의 에이스 크리스티 커, 그리고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카렌 스터플스(잉글랜드)를 필두로 한 유럽 출신 강자들도 즐비하다. 코리안 군단은 2008년 LPGA 투어 비회원 출신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신지애(23ㆍ미래에셋)와 최나연(24ㆍSK텔레콤) 등 ‘원투 펀치’가 앞장서고 에비앙 대회에서 선전했던 김인경(23ㆍ하나금융그룹)도 역사에 남을 ‘100승 주인공’에 도전한다. 세계 무대에서 맹위를 떨친 유소연ㆍ안신애ㆍ홍란 등은 국내 대회로 복귀한 가운데 지난해 일본 투어 상금왕 안선주(24)와 박세리(34) 등 35명(재미교포 포함)이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