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방지위한 법원임시조치 이혼소송용 자료로 변질?

재산분할때 유리한 고지 가능
경미한 폭력에도 신청사례 많아
"사소한 불화로 파국 치달을수도"



#1. 주부 A씨는 지난 5월 고교 동창들과 모처럼 만나 노래방서 놀다가 평소보다 늦게 귀가했다. 이에 남편은 “밤늦은 시간에 귀가했다”며 소주병을 던지고 심지어 칼까지 들이대며 “함께 죽자”고 위협했다. 일용직인 남편은 평소에도 술만 먹으면 A씨에게 폭언과 함께 폭력을 일삼았다. A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법원에 접근금지신청을 냈다. 법원은 A씨 남편의 상습적인 폭언 등을 인정해 그에게 주거지 퇴거와 100m 접근금지명령을 내렸다. #2. 아내와 별거 중이던 남편 B씨는 지난해 10월 아내 회사로 직접 찾아가 “죽이겠다”며 소란을 피웠다. B씨는 또 아내가 거주하는 주소를 숨기자 아이들 학교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 B씨의 아내는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를 했고 법원은 B씨에게 아내의 집과 직장은 물론 아이들의 학교까지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B씨에게 아내와 아이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금지시켰다. 최근 가정폭력이나 부부 간 불화, 상대방의 스토커적인 집착 등의 이유를 들어 법원에 접근금지를 요청하는 ‘임시조치’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임시조치란 가정폭력 등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법원이 가해자에게 격리 및 접근금지를 2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내리는 명령이다. 18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6년 임시조치 신청 건수는 1,295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44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6월 말까지 1,066건의 접수실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 신청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가정폭력 등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갈 만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의 힘을 빌리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혼소송 등을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근거자료 확보를 위해 접근금지신청을 선호하고 있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정보호단독부의 한 판사는 “임시조치는 이혼소송시 재산분할 등에서 매우 유리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폭력의 정도가 경미한데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8월 재개정된 가정폭력특례법에 가정폭력 피해자가 경찰관에게 가해자의 100m 접근금지 등의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신설되고 경찰관이 이 요청을 무시할 경우 그 사유를 담당 검사에게 보고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접근금지신청이 남발될 경우 사소한 가정불화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접근금지 등의 임시조치 신청은 당사자 간 불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사소한 경우는 원인 등을 세심히 따져 상담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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