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를 무조건 '제로(0) 리스크'로 평가하는 기존 방식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자기자본 확충 부담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위원회가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를 무위험 자산으로 평가해온 기존 방식 대신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리스크를 감안해 자산 가격을 평가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은행들은 국채발행 정부의 신용도나 재정상황에 따라 국채의 위험가중치를 산정하고 이를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에 반영해야 한다.
그동안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의 위험을 산출할 때 국채의 경우 국가와 상관없이 무위험 자산으로 평가해왔다. 이에 따라 남유럽 국가 등 재정부실 우려가 큰 나라의 국채 역시 위험가중치가 '0'이었다. 그러나 재정위기로 국가부도에 몰린 그리스 국채마저 무위험 자산으로 계산해 자기자본비율을 맞춘 은행들이 과연 건전한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이 같은 국채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달 말 기준 총 1조8,000억달러 규모의 자국 국채를 보유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은행들은 이 국채자산을 무위험 자산으로 처리해 자기자본을 산출, 유럽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이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은행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국채위험도 평가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벨기에 중앙은행은 체코·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 국채의 위험도를 자산평가에 반영하라고 벨기에 최대 은행인 KBC에 요구했으며 오스트리아에서도 조만간 비슷한 은행 건전성 강화 방안이 나올 전망이라고 WSJ는 전했다.
바젤위의 방침이 확정되면 은행들의 자기자본 확충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재정부실 국가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시장의 큰손 역할을 담당해온 은행들이 예전만큼 국채 보유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국채 수요가 줄어 재정부실 국가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부담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