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간당원들의 축제

김병기 기자 <정치부>

“과거에는 제왕적 대통령이 주요 당직자를 임명했지만 오늘은 대의원 여러분들이 당의장을 임명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대통령입니다.” 지난 2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당의장 후보로 나선 유시민 의원의 이 말에 대의원들의 박수와 환호는 극에 달했다. 연설이 끝난 후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유 의원이 ‘이변’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유 의원의 말처럼 이날 ‘당권을 돌려받은’ 당원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대회장 안팎은 노래를 부르면서 유세전을 펼치는 당원들로 하루종일 시끌벅적했다. 투표가 끝난 후에는 당의장 후보들과 대의원들이 어깨에 손을 얹고 기차놀이를 하면서 한데 어우러졌다. 선거기간 도중 불거졌던 감정적 대립, 계파간의 갈등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사라진 듯했다. 후보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어깨를 걸었다. 대의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축제 분위기는 당 지도부를 당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정당구조 개혁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 당의 권력이 당원으로부터 나오는 당연한 이치가 실현되기까지 무려 반세기나 걸렸다는 점은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비를 내는 당원이 당직자와 선거 출마자를 뽑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기간당원제는 정치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었다. 지난해 여름 우리당 일각에서 “입당원서 받기도 어려운데 돈 내고 입당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너무 이상적인 주장이다”는 현실론이 제기돼 기간당원제가 무산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전당대회의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말해주듯 기층 당원들의 정당개혁 의지는 최소한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바로 여기에 열린우리당의 과제가 있다. 당권이 당원들에게 돌아간 것처럼 집권여당으로서 권력은 당원뿐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게 전당대회를 마친 여당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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