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보는 ‘빛’으로 보호한다

광자(光子)로 암호 키 생성, 해킹 안전지대 구현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해커와 보안 관리자의 경쟁은 승자가 없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막으면 뚫고, 뚫리면 막는 싸움의 연속이다. 최근 미국의 BBN 테크놀러지스는 이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쟁을 종식시킬 새로운 개념의 보안 네트워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빛의 단위인 광자(光子)에서 암호 키를 생성하는 것. 이렇게 광자로 데이터를 암호화할 경우 정상적인 해제키를 보유하지 않은 제3자는 원본 내용을 판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광자, 전자와 같은 극 미소 물질에 대한 임의적 개입은 반드시 이들을 변화시킨다는 양자물리학의 법칙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커가 광자로 암호화된 A, B, C, D라는 금융정보를 가로챘다고 가정할 때 정확하지 않은 해제키로 A를 판독하는 순간 B, C, D는 E, F, G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뀌게 된다. 해커들이 올바른 해제키를 찾는 데는 대부분 수천 번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본 데이터의 판독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광자의 순열 변화를 통해 보안 관리자가 해커 침입 여부를 즉각 감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현재 BBN 테크놀러지스는 80km 이내로 전송되는 데이터의 보호가 가능한 양자 암호화 네트워크를 개발한 상태다. 이 회사는 조만간 서비스 범위를 확장, 시범운영 등을 거쳐 10년 내에 일반 소비자용 양자 암호화 보안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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