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사람들] "펀드투자, 자산배분 원칙 지켜야"

강신우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
특정국가·종목 올인은 위험… 중장기 투자가 고수익 비결
"中 시장 올림픽前 조정 가능성… 과도한 투자비중 낮춰야 할때"


“펀드 투자는 이제 생활입니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합리적인 자산배분에 근거한 투자 원칙이 필요합니다.” ‘펀드매니저의 원조’로 불리는 강신우(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은 “국내 간접투자 시장의 전망이 밝다”며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소위 로또식 ‘올인’ 투자에서 위험과 수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안정적인 자산 배분으로 투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게 강 부사장의 지론이다. 강 부사장은 “특정 국가나 종목에 ‘올인’한다면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며 “위험을 안고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 보다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중장기 투자를 하는게 결과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현재 과열 신호를 빚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시장 자체가 생산기지에서 소비기지로 전환하고 있어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은 무척 밝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자산 배분 원칙을 지키지 않은 투자는 결국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과거 사례로 증명됐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부사장은 “올림픽이라는 이벤트도 이미 노출된 재료로 올림픽 전 시장이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인들이 늘 타이밍을 놓치고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도한 투자 비중을 낮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우리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견지했다. 강 부사장은 “이머징 마켓 중 3ㆍ4분기 실적이 기대치 이상으로 나온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뿐”이라며 “내년 상반기 이익 개선 움직임도 엿보이며 동종 그룹에 비해 아직도 싼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펀드 호황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도 동일하다”며 “결국 경제 중심이 선진국시장에서 신흥시장으로 넘어올 것이고 이에 대한 혜택을 우리 시장도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 역시 우리 시장에 또 다른 기회를 줄 것이라는 게 강 부사장의 평가다. 그는 “중국 개인의 해외 투자가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며 “조선, 철강 등 여러 산업에 있어 중국 기업 대비 현격한 기술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밸류에이션 상 매력도 있다”고 분석했다. 설립 초기부터 2년째 투자책임자로 근무중인 한국운용에 대해서는 “지난 2년간은 동원투신과의 합병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을 걷어내고 재조정하는 기간이었다”고 말한 뒤 “질적 쇄신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운용은 베트남 현지사무소를 설립한 데 이어 계열사인 한국증권 홍콩법인 내에 자산운용팀을 마련, 이달부터 홍콩을 통해 아시아 신흥시장 펀드 상품 일부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 중 해외 법인 등을 통해 직접 운용에 나서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정도다. 강 부사장은 “아시아 시장은 직접 운용에 나서야 하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일본 업계가 겪었던 과정처럼 차츰 시장에서 잊혀지는 운용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신우 부사장은
IMF때 '바이코리아 펀드' 운용… 패션감각 뛰어난 업계 대표주자

강신우 부사장은 지난 1991년 11월 펀드매니저로 입문한 뒤 2000년에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에 오르는 등 16년 이상 자산운용업계에서 활약해 온 명실공히 업계 대표 주자다. 첫 직장인 한국투자신탁에 88년 입사한 뒤 91년부터 줄곧 운용역으로 일했고 IMF 시절에는 현대투자신탁에서 '바이 코리아' 펀드를 운용했다. 지난 2005년 한국운용의 설립과 함께 첫 직장으로 돌아와 만 2년 째 CIO로 일하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그의 집무실은 '의전용'과는 거리가 멀게 보였다. 회의용 테이블 한 켠엔 보드, 다른 한 켠엔 세계지도가 걸려 있었고 그는 인터뷰 내내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평소와 다름 없는 '브리핑'에 열중했다. 강 부사장은 업계 내에서 패션 센스가 돋보이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착용하기 시작한 서스펜더는 이제 그의 상징이 됐다. 주름이 곧게 선 셔츠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커프스 단추, 다소 튀지만 은근한 멋을 풍기는 진연두빛 타이 등이 인상적이었다. 신발은 '비즈니스 코드'상 꼭 끈을 매는 옥스퍼드 화만 신는다. 사무실 한 켠에는 '예비용' 신발이 한 켤레 준비돼 있어 구두를 닦지 않고 외부에 나가는 '불상사(?)'를 막아준다. 그는 예상과 달리 경영학 전공자가 아니다. 강 부사장은 "업무에서 경제ㆍ경영 지식이 작용하는 범위는 10%정도"라며 "(금융 인재로) 누군가를 키운다면 인문 계열을 전공하게 한 뒤 MBA나 로스쿨 등을 마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통찰력과 직관력,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감명 받은 책을 알려달라는 질문엔 성큼 걸어가 직접 책을 찾아 내 한 권을 내밀었다. 제임스 킹이 쓴 '중국이 뒤흔드는 세계'(베리타스북스)였다. ◇ 강신우 약력 ▦ 60년 인천 출생 ▦ 83년 서울대 법대 졸업 ▦ 88년 한국투자신탁㈜ 입사 ▦ 96년 동방페레그린 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부장 ▦ 98년 현대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 수석매니저 ▦ 00년 템플턴 투자신탁운용㈜ 상무 ▦ 01년 굿모닝투자신탁운용㈜ 상무 ▦ 05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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