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 16·8강 간다"?

은행들 월드컵 마케팅용 상품 잇단 출시속
대부분 16·8강 진입 전제로 예금금리 설계
외환, 16강 확률 12%로 잡아 가장 보수적


은행들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는 6월 월드컵에서 16강에 들어갈 것을 기대하며 베팅을 걸고 있다. 최근들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월드컵 금융상품의 금리는 곧 한국축구대표단의 승리 확률이다. 우리팀이 잘 할수록 고객들은 높은 금리를 얻지만 은행들은 역마진을 내고, 선수단이 일찍이 고배를 마시면 그 역의 현상이 나타난다. 은행들이 독일 월드컵을 겨냥, 개발한 승률 게임성 정기 예ㆍ적금상품의 금리 근거는 평균적으로 한국축구대표팀이 8~16강에 진입한다는 전제로 금융상품을 설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권의 월드컵 마케팅용 예ㆍ적금 상품은 판매와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어 앞으로도 스포츠 경기와 연계한 금융상품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월드컵 마케팅에 시동을 건 솔로몬저축은행의 ‘오 필승코리아 정기적금’이다. 솔로몬은 지난해 12월 이 상품을 개발, 판매에 들어가 이틀만에 200억원의 목표한도를 완료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이 상품 판매에 앞서 보험가입을 검토했지만 선례가 없어 자체 분석을 통해 16강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 16강에 진입할 경우 실세금리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6.3%의 금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판매에 나섰다. 실제로 대표팀이 16강에 들어갈 때 솔로몬이 부담해야 할 추가부담은 약 2억원 정도. 하지만 판매에 따른 홍보효과 등을 감안할 때 판매에 따른 이익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는 게 솔로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주부터 ‘I LOVE 박지성 정기예금’ 판매에 들어간 우리은행은 우리 대표단의 더 우수한 성적을 기대하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8~16강에 들어갈 확률을 무려 70%로 보고 금리를 산정했다. 게다가 4강에 진입할 확률도 15%로 전망해 금리를 매겼다.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8~16강 진입시 지급할 금리를 기존 상품 금리보다 0.3%포인트 정도 높은 4.5%를 지급키로 했다. 우리은행이 대표팀의 4강 진입과 우승시 지급할 금리는 각각 7%, 10%다. 이 상품이 1,000억원 판매될 경우, 우리은행은 대표팀이 8~16강 진입시 연간 3억원, 4강 진입시 25억원, 우승시 55억원의 추가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은행측은 확률을 근거로 할 때 그다지 높지 않은 금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농협은 대표팀의 16강 진입 확률을 40%로 추정했다. 올들어 농협이 판매한 ‘챔프 2006 정기예금’은 대표팀이 1승을 거둘 때 0.1%포인트, 2승을 거두면 0.3%포인트, 16강을 확정했을 때 0.5%포인트의 금리가 추가로 오른다. 농협 관계자는 “16강에 오르는 경우를 선택하는 고객이 가장 많을 것으로 판단해 이 경우를 기준으로 상품을 설계했다”면서 “추가적으로 지급될 금리는 5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가장 보수적인 시각으로 월드컵 상품을 설계한 곳은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영국 스포츠마케팅 베팅가인 월리엄 힐이 전망한 대표팀의 16강 확률 12%를 기준으로 ‘이영표 축구사랑 정기예금’을 설계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계좌당 2,500만원이 입금될 것을 전제로 추첨대상이 되는 200명을 기준으로 상품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이처럼 월드컵 마케팅 상품에 열을 올리는 것은 추가 비용 부담은 크지 않으면서도 막대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대한축협회와 공식 스폰서업체인 하나금융그룹은 다른 금융기관들이 월드컵 마케팅에 나서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무려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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