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만났다. 하늘나라가 아닌 바로 이 땅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납덩이 같은 부담을 안겨주고 떠났던 사람들. 그들이 돌아왔다.
31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환생`은 그리움을 세월에 삭이며 살아가는 이들을 잔잔히 위로하는 동화 같은 영화다.
일본 큐슈의 아소 지방. 58년 전에 행방불명됐던 소년이 당시 모습 그대로 살아 돌아온다. 도쿄 후생성에 근무하는 헤이타는 자신의 고향에서 일어난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큐슈로 향한다. 헤이타는 줄곧 마음에 담아 두었던 소꼽친구 아오이와 재회하지만, 아오이는 저 세상 사람이 돼 버린 옛 연인 슈스케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의 조사가 시작될 무렵 이 `기이한 현상`은 일파만파로 번져간다. 연인, 남편, 형제, 부인, 친구 등 그리운 이들이 하나 둘 살아 돌아오기 시작한 것. 뒤이어 미세한 중력 이상을 보이는 거대한 구덩이가 발견되고 헤이타는 이를 토대로 `환생의 법칙`을 추리한다. 구덩이의 파장이 미치는 범위에 살았고 지역 내에 인체 일부가 남아있는 이들 중에서 간절히 그리워하는 이의 `마음`이 더해진 자만이 환생을 얻은 것.
정신과 의사 사이토 박사는 딸을 낳고 죽은 아내 소노코를 다시 얻는다. 엄마를 추억하며 농아교사가 된 딸 사치코는 자신만큼 젊은 농아인 엄마의 귀환에 `감사하다`는 수화를 건넨다. 가게 점원 히데야도 집안의 기대주였던 형으로부터 `너는 무엇이든지 잘 할꺼야`라는 용기를 얻는다. 시린 가슴을 달랜 이는 비단 살아남은 자들만은 아니다. 갓난 딸과 여린 아내를 두고 떠났던 슈헤이는 듬직한 점원 히데야에게 아내를 부탁하고 왕따를 당한 외로움에 자살한 가츠노리는 자신을 몰래 좋아한 나오미를 만나 `너가 나를 불러냈구나`라며 미소짓게 된다.
주ㆍ조연을 합해 20명 가까운 인물이 등장하지만 모두 고른 연기력을 보이는 게 작품의 다른 강점. 영화가 준비한 반전 역시 따뜻하면서도 극 전개 방향과 잘 어울린다.
일본 개봉 당시 `3주`만 제한 상영한다는 당초 계획을 깨고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주연을 맡은 쿠사나기 츠요시는 그룹 SMAP의 멤버로 국내에는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 흐르는 가수 루이의 `달의 물방울`은 8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일본 오리콘 차트 싱글 부문 1위에 올랐다.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