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갈등 대화가 해법

2003년 7월14일은 25년 남짓한 공직기간 중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1986년 이래 17년간 풀지 못했던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문제가 부안군의 자율유치 신청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 이후 3주가 지나도록 부안군은 찬반 갈등 속에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책사업 담당자로서 이런 사태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이라는 것이 정말 필요하고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것인지, 정부가 약속한 지역발전과 주민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그리고 지금의 부안군 소요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가 무엇인지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다. 원자력을 사용하는 한 반드시 있어야 할 시설 - 2008년이면 포화 원론적인 얘기지만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우리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원전수거물은 방사성 물질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에 어느 지역에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해왔다. 임시저장시설 마저 2008년 이후에는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안전한 처분 시설을 짓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해 있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작업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결코 진행될 수 없는 과정이었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의 안전성은 전세계 70여개의 해외시설들이 대변해 주고 있으며 과학적으로도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돼 있다. 원자력 발전소가 `움직이는 차`라면 원전수거물은 `멈춰있는 차`이기 때문에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발전소보다도 더 안전하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을 염려하는 주민들을 위해 정부는 안전에 대해 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건설단계부터 시공경험이 있는 외국업체의 감리를 받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직접 참여하는 `주민 환경 감시기구`를 구성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부안군 위도가 7월24일 부지선정위원회를 통해 후보부지로 최종 선정된 후 안전성 못지 않게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이 바로 지역개발 및 주민보상 문제이다. 국민 모두를 위한 시설이기에 그 시설을 유치한 지역에 그만한 대가가 돌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가는 지역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이어야지 단순히 지역주민에게 돈 나눠주기 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부안군이 제시한 67개 지역사업과 관련해 올해 10월까지 `위도ㆍ부안군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기로 했으며, 부안군 지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키로 결정했다. 특히 우선 지원 가능한 사업, 예를 들면 농업기반공사 지사 유치, 배전선로 지중화, 특별교부금 지원, 부안군 농수산물 구매운동 등은 올 하반기나 내년부터 즉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위도지역에 대해서는 현금보상보다 주민들의 실질적 소득증대와 복지를 위해 위도 수산물 정부구매, 어로활동 지원금, 생활안정 자금 융자, 무료건강검진, 장학금 등의 지원사업들을 주민들과 협의해 발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에서부터 해법 출발해야 지금 부안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대화다. `정부가 하는 일은 모두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만을 펼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로 신뢰할 수 있는지 해법 모색에 몰두해야 할 시점이다. 유치 반대측은 부안군 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군수의 결단으로 신청한 것에 대해 절차적 민주성을 이유로 주민투표를 하자는 주장에도 반대측은 그저 무조건적인 반대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위도의 지질 안전성을 찬반측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조사단을 통해 검증하자고도 했으나 이마저도 유치 백지화를 외치며 거부하고 있다. 신뢰형성은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가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자 하는 대화의 자세에서 신뢰의 씨앗이 생겨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부안군수, 찬반 양측 주민들 모두가 마음을 열고 무엇이 진정한 부안의 발전이며 국가의 발전인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신종(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심의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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