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 TF만 세 번째… 툭하면 제도 핑계 대는 與

새누리당이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사태를 계기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문제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신상털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없이 정부의 조각·개각 때만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청문제도 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를 당내에 구성했다”며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3선의 장윤석 위원이 TF 위원장에 임명됐으며 재선의 박민식 의원은 간사를 맡았다.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제도 개선방안은 인사청문회를 ‘이원화’하는 것이다. 1차 청문에서는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및 개인신상을 비공개로 검증한 뒤 2차 공개 청문회에서 업무능력, 정책철학 등에 대한 심사를 하자는 게 주장의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현 집권여당이 ‘인사문제’로 정국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청와대 또는 정부의 인사시스템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대신 인사청문회 제도만을 걸고 넘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2월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낙마했을 때도 당내에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관련 TF를 구성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당시에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공직 후보자에 임명 과정에서 진통을 겪게 되자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으나 공론화에는 실패했다. 평상시에는 제도 개선에 대한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불리한 시점에만 ‘제도 탓’을 한 셈이다.

특히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강은희·윤명희 의원 등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 국회 운영위원장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맡고 있다. 여권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의 ‘원조 소장파 그룹’으로 분류되는 정병국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 문제는 청와대의 ‘부실 검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인사청문회 제도와 야당 탓을 하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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