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에서 7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인해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의회를 점거하고 내무장관과 부총리를 납치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AP통신은 7일 키르기스스탄의 다니야르 유세노프 총리가 키르기스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수도 비슈케크에서는 3,000~5,000명의 야당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다가 키르기스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검찰청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궁을 향한 거리 행진으로 시작된 시위는 경찰과의 충돌로 이어져 시위참가자 19명이 사망했다.
이날 아킬벡 자파로프 부총리와 전날 불법시위에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던 몰도무사 콘간티예프 내무장관이 시위대에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콘간티예프 내무장관은 집단 구타로 사망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시위는 올들어 공공요금이 급격히 인상된 데 대해 불만을 품은 야당 지지자들이 앞서 6일 키르기스 북서부의 탈라스 시 청사에 난입하면서부터 전국가적인 비상사태로 비화됐다. 이날 청사를 장악한 수백명의 시위대는 베이셴 볼로트베코프 시장을 인질로 잡고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의 퇴진과 부패 청산 등을 촉구했다. 또 현지 방송국인 키르기스 TV센터를 장악해 모든 방송을 중단시켰다. 경찰이 진압에 나섰지만 시위 참가자 중에서 부상자가 발생하자 오히려 시위가 더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앙아시아 순방으로 현재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키르기스 사태에 우려를 나타내며 “집회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본질적 요소이지만 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 러시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7일 키르기스 정부에 “시위대들에게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러시아와 함께 키르기스에 군사 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도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