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등 잡곡에도 ‘풍년의 역습’

콩·팥 등 잡곡 생산 농가들이 이른바 ‘풍년의 역습’에 시름 하고 있다. 풍작으로 출하량은 크게 늘었으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탓에 정작 농가 수익과 직결되는 잡곡 값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일 가격이 추락하자 농가에서도 “1년간 애써 키워 팔아봤자 남는 게 없다”는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6일 현재 콩(백태·35㎏) 가격은 14만2,000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22만1,000원)보다 35.75% 내렸다. 팥(적두·40㎏) 값도 23만1,000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45만1,600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콩·팥 등 잡곡 가격이 크게 추락한 이유는 유례없는 풍년으로 출하량은 크게 늘어난 데 반해 소비는 증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말 그대로 풍년의 역습으로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잡곡값이 크게 내렸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표 잡곡인 콩의 작년 생산량은 2012년보다 25.7% 증가하면서 산지 유통업체 재고물량 증가가 점쳐지고 있다. 팥·기장·수수 등도 출하량이 늘어난 탓에 대형 마트 등 판매가격도 추락했다.

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양재점에서 판매하는 수수의 경우 작년만 해도 1㎏당 가격이 1만7,000원 정도였으나 현재는 9,500원까지 내렸다”며 “기장도 1㎏당 가격이 1만500원으로 작년 1만6,000원보다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쌀을 비롯한 잡곡류의 소비가 크게 늘지 않은 데 반해 출하량만 늘었기 때문”이라며 “이들 식량 작물의 소비가 줄거나 제자리걸음인 탓에 앞으로도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출하량이 30% 정도 늘어난 데 반해 소비는 증가하지 않아 판매 증진 차원에서 콩 상품에 변화를 준다”며 “기존 500g으로 판매하던 콩 포장상품을 1㎏으로 용량을 늘리고 값은 20% 정도 낮춰 판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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