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와 규제강화로 저축은행이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돈을 벌 곳은 마땅치 않은데 규제는 세지고 대출부실화는 계속되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과 2009년 저축은행들이 자산관리공사(캠코)에 판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1조7,000억원 가운데 9월 말 현재 캠코가 시장에 매각한 금액은 332억원(1.9%)에 불과하다.
저축은행들은 3년 기한의 환매조건부로 캠코에 PF를 넘겼기 때문에 캠코가 시장에서 채권을 매각하지 못하면 내년 말부터는 이를 되사야 한다. 토지매입자금 대출이 많다는 특성과 부동산 경기를 감안하면 캠코의 부실 PF매각 금액은 앞으로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만 연 8%대에 달하는 후순위채도 부담이다. 솔로몬ㆍ한국 등 주요 저축은행이 지난 2006년에 발행한 후순위채는 2,564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만기는 5년 이상 6년 미만이어서 내년에 만기가 도래한다. 원금을 돌려주거나 차환발행을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여신의 절반을 넘으면 안 된다는 ‘50%룰’과 PF는 30%를 넘을 수 없다는 ‘30%룰’도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고역이다. 이외에도 우량 저축은행 기준(8ㆍ8클럽) 및 적기시정조치 대상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최저치 강화 조치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2009회계연도에 4,726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등을 감안하면 향후 2~3년간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지난 98년 폐지된 여신금지업종 조치의 일부 부활이나 ‘50%룰’ 완화 등을 원하고 있다. 여신금지업종이란 주점업ㆍ골프장 등 과소비업종의 경우 은행대출을 막았던 것으로 이 때문에 저축은행은 여신처가 확보돼 있었다.
부동산 대출비율을 50%로 묶은 것도 일정 부분 풀어달라는 요구가 많다. 1인당 500~1,000만원씩 나가는 개인신용대출은 자산을 한 번이 늘리기 어렵다는 게 저축은행들의 주장이다. 미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건설사에 대출을 해줘 자금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미분양대출은 50%룰의 예외로 해달라는 건의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이 어느 정도 수익을 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금융생태계를 망치는 수준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다만 저축은행들이 자산규모 축소와 구조조정 등을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영섭 한신정평가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은 이제 정상화 과정으로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저축은행은 자산규모가 1조원 정도가 적당한데 부동산 PF 등으로 무리하게 자산규모를 키워온 대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