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발표 앞두고 매매주체 관망세 뚜렷

`주식시장이 기업실적 발표를 앞두고 숨을 죽이고 있다` 북핵 문제와 이라크전쟁 등 지정학 변수가 소강국면에 접어들고 기업실적발표 시즌(어닝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심리가 확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일단 실적발표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인텔의 실적이 한국시간으로 14일 밤 발표되면서 투자자들마다 인텔의 지난해 4ㆍ4분기 실적과 올 1ㆍ4분기 예상실적 발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서울 증시에서 거래량이 크게 준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거래소시장 거래량은 이날 7억주대로 전일의 8억주대에서 크게 감소했다. 종합주가지수 역시 1.99포인트 오르는 보합세에 그쳤다. 인텔의 실적발표가 호재가 될 지, 악재가 될 지 판단하기 힘든 만큼 매매를 자제했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여기에 16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업계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관망세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어닝시즌의 바로미터가 될 국내외 주요 기업 실적발표가 임박해 투자자들이 매매를 자제하고 있지만 뚜껑이 열려 실제 실적결과가 나오면 시장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한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응이 나온 이후에 매매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실적발표의 추이를 보면서 큰 매매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ㆍ거래대금 감소추세 지속=`종합주가지수의 그림자`로 불리는 거래량은 최근의 관망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다. 14일 거래량은 7억1,286만주대로 지난 2일 10억주대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거래량 8억5,000만주에 비해서도 1억주 이상 감소한 규모다. 거래대금도 지난 10일에는 3조9,803억원까지 늘어났지만 이날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1조7,084억원대로 격감했다. 최민철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거래량 감소는 투자자들이 매매방향을 뚜렷하게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상승 또는 하락으로 이끌 수 있는 재료가 새로 나타날 때까지 이러한 현상은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투자주체도 매매규모 줄여=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등 증시 선도세력의 매매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이틀째 순매수를 보였지만 실제 매도와 매수 합계인 매매규모는 총 5,302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매규모는 지난 9일 9,777억원을 정점으로 10일 8,036억원, 13일에는 5,695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도 마찬가지다. 기관은 지난 9일 8,342억원에서 10일 7,761억원, 13일에는 5,482억원으로 매매규모를 줄인데 이어 이날도 5,325억원 매매에 그쳤다. 개인투자가 역시 10일 3조903억원을 정점으로 매매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김대중 SK증권 법인영업부 차장은 “외국인의 경우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매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것은 매매강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관투자가 역시 프로그램 매매 규모를 줄이고 있어 매매규모가 바로 회복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실적 발표이후 추세 결정될 듯=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강국면이 타개되려면 인텔과 삼성전자 등 국내외 주요기업의 실적전망이 나온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의 경우 지난 연말 회사측이 올 상반기까지 영업실적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을 제기한 이후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실적전망과 투자등급을 하향했다. 하지만 올해 첫 실적발표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지난해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미 실적전망을 낮춘 만큼 이보다는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16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긍정론과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전상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워낙 증권전문가들의 의견이 백중세로 맞서고 있어 뚜껑이 열려봐야 시장향방이 결정될 것 같다”며 “주요기업의 실적 발표 결과를 보면서 매매결정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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