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환율방어 안간힘

러·印尼등 달러강세에 대응 시장개입·금리인상 등 잇달아


미국 달러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러시아ㆍ인도네시아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7년간 약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 가치가 최근 한달 사이에 초강세 기조로 돌아서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이머징 국가들은 시장 개입과 금리인상 등의 수단을 동원해 문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4일 루블화 가치 급락을 막기위해 대규모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중앙은행이 쏟아 붓은 자금 규모는 35억~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이날 유로ㆍ달러의 가중환율에 비교해 30.42루블까지 치솟았다(가치급락)가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30.39루블에 마감했다. 이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 2007년 2월 유로ㆍ달러 바스켓 제도를 도입한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루블화의 대외 환율 가치는 유로화 및 달러화 가치를 각각 55%, 45% 씩 반영해 산정한다. 루블화 가치가 이처럼 급락한 것은 최근 그루지아 사태가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투자 행렬을 이루던 서방 자본들이 그루지아 사태이후 시장 탈출에 나서면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글로벌 통화 대부분이 약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최근 보름동안 210억 달러의 외국자본이 러시아 시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도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 선언했던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9일까지 17억 달러가 추가로 빠져나가면서 루블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FT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가치 상승 때문이 아니라 급락을 제지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도 지난 4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루피아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5개월 연속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이날 루피아화는 지난달 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달러 당 9,225 루피아까지 치솟았지만(가치급락) 금리가 9.0%에서 9.25%로 0.25%포인트 인상된 이후 9,216루피아로 하락 마감했다. 루피아화 가치는 지난 한달 동안 1.4% 하락했다. 파이낸스 코핀도의 에드윈 시나가 사장은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루피아 환율이 달러 당 9,200선을 웃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신용위기가 확산되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환시장에 개입함으로써 달러 외환 보유고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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