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기간물 예금창구첫개설 "유동성 흡수"

출구작업 진행중… 디플레 대비 시행 늦출 가능성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럽 재정위기에 아랑곳 없이 출구전략을 위한 준비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FRB 내부에서는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출구 전략을 시행하는 시점을 상당히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FRB는 15일(현지시간) 시중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기간물 예금창구(Term Diposit Facility)를 처음으로 개설, 11억5,000만 달러의 은행자금을 시험적으로 인수했다고 밝혔다. 기간물 예금은 FRB가 운영하기로 한 일종의 정기예금으로 입찰을 통해 예금 금리가 결정된다. 이날 만기 14일짜리 예금 입찰에서는 인수금액의 6배인 61억4,000만 달러의 자금이 몰려 0.27%의 금리에 낙찰됐다. 이는 FRB가 법정한도를 웃도는 초과 지불준비금에 대한 지준율(0.25%)보다 0.02%포인트 높다. 이는 하루 짜리 자금인 초과 지불준비금보다 예치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들은 금융위기 당시 FRB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여유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자 1조500억 달러의 초과 지준(과잉 유동성)을 쌓아놓고 있다. FRB는 또 오는 28일에는 28일물, 7월12일에는 82일물 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점차 예치기간과 금액을 늘리는 준비 단계를 거쳐 최대 1년짜리 창구를 개설, 과잉 유동성을 흡수 규모를 확대한다는 게 FRB의 시나리오다. FRB는 지난해 말부터 환매조건부채권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동성 흡수 제도를 시험 가동한 바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RB가 경기 회복세가 갑자기 흔들리거나 물가가 급락할 때에 대비한 대응책 논의에 착수했다"며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지난 3월 종료된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 정책을 다시 시행하거나 제로금리의 장기화를 좀 더 명시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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