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기고] 김경익 e메일자유모임 회장

온라인우표제의 해악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 우표제 시행 이후의 결과는 어떨까. 회원 동의 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돈을 낸 기업만이 자사 회원에게 e 메일을 보낼 수 있다. 네티즌의 입장에서는 필요에 의해 정보 취득 의사를 나타냈지만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에 우표제가 끼어 들어 해당 정보를 받지 못한다. 이렇게 된다면 누가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회원을 모으고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겠는가. 인터넷 마케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e 메일은 한국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우표제를 시행하려는 다음은 기업의 정당한 행위이며 여느 기업처럼 유료화의 한 방안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상품 판매는 '수익자 부담'이라는 대원칙이 있다. 다음은 여러 기업 중 하나의 기업일 뿐이며 인터넷 기업들과의 상품 거래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우표제가 정상적으로 실시되려면 다음을 포함한 모든 포털과 인터넷 기업 등 e 메일을 발송하거나 수신하는 기업들을 망라해 비용 정산을 해야 한다. 다음이 내놓은 온라인 우표제는 현실성 없는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유료화 모델이 아니라 시장의 과점을 이용한 강매일 뿐이다. 네티즌 입장에서는 어떤가. 최근의 계정 전환 운동이나 다음과의 거래 중단 선언 등은 기업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하는 자구책이다. 전자상거래 과정에 있는 각종 확인 메일, 각종 컨텐츠나 서비스 이용시 필수적인 인증 절차와 각종 정보, 인터넷 취업 사이트와 같이 고객이 등록만 해 놓으면 자동으로 기업에 전송되는 이력서 등의 발신과 수신이 불가능해진다. 한메일 ID를 가지고는 도저히 인터넷 상에서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우표제가 시행되면 스팸이 줄어들 것이라는 다음의 기대는 스팸 문제를 너무 쉽게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스팸 문제는 사회 구성원의 동의에 의해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국 우표제의 기술적 한계는 더 우월한 기술에 의해서 패배하게 될 것이며 네티즌은 스팸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결국 우표제가 시행되고 나면 가장 큰 피해자는 네티즌이며 설령 다음에 돈을 내는 기업들이 있다면 그 또한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 뻔하다. 결국 온라인 우표제는 경제적인 관점이든 인터넷 정신의 관점이든 기업과 네티즌 모두에게 득이 되지 못한다. 모두에게 득이 되지 못하고 심지어 다음조차도 소탐대실(小貪大失)할 것이 뻔한데 왜 강행하는가. 스팸은 없애더라도 인터넷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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