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5월 14일] 엉터리 펀드 판매

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업계의 펀드 판매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업계가 뒤늦게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은행ㆍ증권사의 200개 점포를 대상으로 진행한 펀드 판매 미스터리쇼핑 결과를 내놓았다. 미스터리쇼핑은 펀드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금감원 직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펀드 판매 과정을 점검하는 것으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점검 결과 우리은행ㆍ광주은행ㆍ동양종금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한국투자증권 등은 100점 만점에 60점도 받지 못했다. 낙제 수준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그만큼 펀드 판매가 엉터리라는 얘기다. 특히 이번 조사는 지난 2월4일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이미 표준투자권유준칙이 시행된 후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금융회사들은 투자자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이들 금융회사는 이날 부랴부랴 “직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재 국내 펀드시장은 ‘신뢰의 위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2007년 태풍처럼 몰아친 펀드붐 이후 증시침체로 수익률이 수직낙하한데다 불완전판매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은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있지만 그저 수익성을 높이려는 욕심에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행태로 일관해온 금융사들의 책임도 크다. 이번 조사에서도 금융회사 대부분이 환매방법이나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을 아주 부실하게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씁쓸함을 던져주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무책임한 판매행태는 펀드수익률의 마이너스 행진과 함께 결국 ‘간접투자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해당 금융사들은 이미 소를 잃어버렸더라도 무너진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각오로 올바른 펀드 판매 행태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에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금융사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추가 점검을 통해 건전한 펀드 투자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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