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매수 역부족 "1,200원 무너질수도"

■ 환율급락 1,250원 붕괴日도 시장개입 약발없어… 엔화강세.달러화약세 지속 달러화가 엔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해 계속 약세를 나타내자 원ㆍ달러 환율도 수직 하강하고 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엔화강세 영향으로 급락세로 출발해 장중 한때 1,240원선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국책은행이 오전부터 매수에 나섰지만 급락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오후 들어 일본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이 시작되면서 엔ㆍ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자 원ㆍ달러 환율도 낙폭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달러화의 약세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일본 중앙은행의 개입도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일본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우리 경제도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해 원화는 엔화와 함께 계속 강세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지적된다. ▶ 달러당 1,200선도 무너질 수 있어 이미 오랫동안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250원선이 붕괴되자 시장 참여자들은 기술적 지표상으로는 1,200원선도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일본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은 그저 엔ㆍ달러 환율 급락을 진정시키는 효과만을 발휘할 뿐 다시 큰 폭의 상승세로 돌려놓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화가 계속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영향도 크지만 우리 경제가 크게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2일 올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5.7%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전망치(4.7%)보다 1%포인트 웃도는 것으로 우리 경제가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들이 환율 급락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환율은 경제상황을 종합 반영하는 것"이라고 거듭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수급상황으로도 원화강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18%나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3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결국 이 같은 무역흑자는 고스란히 달러화 매물로 쏟아지며 환율하락을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들어 외국인주식 매수자금도 유입되면서 원ㆍ달러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엔화강세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듯 원ㆍ달러 환율 급락의 기본적 원인은 물론 일본의 엔화강세에서 찾을 수 있다. 엔화가 계속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내자 일본과 유사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의 원화도 동반 상승세를 연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엔화강세'가 아니라 '달러화 약세'를 강조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올 1ㆍ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화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대대적인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어차피 엔화강세 기조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시장개입은 그저 하락속도를 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반면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응백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해 9ㆍ11 테러사건 이후 대대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엔ㆍ달러 환율을 116엔에서 120엔까지 끌어올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면서 엔화 등 다른 통화가 강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제조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실질적인 경기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달러 하락을 방치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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