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21> ‘열려라 000’ 열쇠는 ‘브랜드’다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예상된 로또’ 알리바바가 9월18일 뉴욕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당일 주가는 38% 급등했고 시가 총액도 241조원을 넘기면서 구글에 이어 단번에 세계 2번째 IT 기업 자리를 굳혔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올해 초 “알리바바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아 스마트 머니(Smart Money·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 구루를 뜻하는 말)의 눈길을 끌지 의문스럽다”고 이야기했지만 11월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알리바바 공모에 뛰어들어 수백만주 이상을 배정받았습니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평가이익 66.7%라는 ‘대박 중 대박’을 쳤죠.

WSJ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영업이익률은 43.4%에 달합니다. 1위 IT 기업인 구글의 영업이익률 27%를 훨씬 웃도는 실적을 자랑합니다. 알리바바의 수익은 대부분 자회사인 온라인 쇼핑몰 광고에서 나옵니다. 이용자가 사고자 하는 물건의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검색결과의 상단을 차지하기 위해 쇼핑몰에 입점한 상인들이 내는 광고비가 주 수익원인 것입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플랫폼은 커지고, 고객의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맞춤 광고’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니 독점이나 다름없습니다. 입점 업체 입장에서는 광고비가 비싸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요.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는 한 광고 단가가 내려갈 가능성도 알리바바의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실제로 제품을 어디에 진열하느냐는 판매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판매하는 A사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진열대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자사의 제품이 놓이기를 희망했습니다. A사는 희망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현실로 바꾸기 위해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내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해주세요’ 식의 소극적 대처를 넘어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적극적 대처법을 고안해 낸 것이죠. A사는 비디오 플레이어의 위쪽 포장을 둥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차곡차곡 쌓는 진열방식을 택하던 매장에서 항상 최상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최상의 선택. 둥그런 커버 때문에 결국 항상 최상단에 제품이 진열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진열대는 어디일까요? 스크롤을 내리며 비슷비슷한 수 백 개의 물건을 비교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너무 피곤한 일입니다. 극도로 경제적인 고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비교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사실 비교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경제적인 고객들이 이를 더 싫어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키워드만 입력하면 검색결과의 상단에 위치하는 곳이 온라인 명당자리가 됩니다. 입점 회사는 플랫폼 기업에서 부르는 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광고비 흥정이 불가능한 ‘을’이니 말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비디오 플레이어의 포장 형태를 바꿔 ‘협상력’을 가졌던 A사처럼, 쇼핑몰 입점사들에게도 묘안이 있지는 않을까요?

알리바바 같은 플랫폼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이를 활용하는 고객이 많다는 데 있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알리바바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면 고객이 알리바바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결국 열쇠는 브랜드에 있습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플랫폼과 관계없이 협상력을 가지려면 제품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입소문이든 SNS를 통해 퍼진 리뷰든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협상력은 제조회사로 넘어오게 됩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제품 중 소비자의 최종선택을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제품을 광고 상단에 노출시키려는 노력이 물론 필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그 다음부터죠. 비싼 광고비를 내고 박리다매로 물건을 팔 것인가. 광고로 유입된 고객을 다음 번에도 또 찾아오게 만들 것인가는 품질개선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뻔하지만 해볼 만합니다.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놓여있더라도 고객이 자꾸 찾는다면 그 제품은 명당 자리로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게 게임의 룰이니까요.

/iluvny23@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