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런던이다.’
제29회 베이징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금메달 13개(은10ㆍ동8) 수확과 종합 7위의 위업을 이룬 영웅들이 25일 오후 돌아와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수영 박태환, 배드민턴 이용대, 야구대표팀 등 한국선수단은 세종문화회관에서 해단식을 갖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도보로 퍼레이드를 펼친 뒤 환영행사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승리감을 만끽했다.
폭염 속의 17일간, 태극전사들은 온 나라를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황홀한 행복감 속으로 몰아넣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국민들은 그들이 선물한 ‘감동 에너지’로 활기가 넘쳤다.
한국 스포츠는 베이징의 추억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4년 뒤 또 다른 감동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뛴다.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따낸 ‘젊은피’들은 연속 우승이 기대된다. 박태환(19ㆍ단국대)은 1위를 차지한 자유형 400m의 타이틀 방어는 물론 은메달을 목에 건 200m와 예선 탈락한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 4개 체급을 석권한 태권전사들, 배드민턴 이용대, 역도의 장미란과 사재혁 등도 2012년을 기약하기에 충분할 만큼 아직 젊다.
이번 대회 성과 가운데 하나인 메달 종목 다양화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은 과제로 던져 졌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수영과 펜싱, 역도 등에서의 괄목할 수확은 메달 밭의 폭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육상 등 기초 종목에서 제2, 제3의 박태환을 길러내는 등 장기적 투자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구기 종목의 새 출발도 필요하다. 야구대표팀의 우승은 서구보다 작은 신체적 조건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과로써 입증한 셈이다. 비록 야구는 2012년 정식종목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빛을 발한 팀 워크와 전략 등은 조별리그 탈락으로 체면을 구긴 축구 등이 타산지석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남녀 핸드볼의 국내 리그 보강과 세대 교체 등도 절실해 보인다.
전통 강세 종목은 새로운 승리 방정식을 찾아야 한다. 양궁은 단체전에서 여자가 6연패, 남자가 3연패를 이뤘지만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내줘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뒤진 종목은 뒤진 종목대로, 강한 종목은 강한 종목대로 새로운 과학적 훈련과 새로운 전술개발이 필요하다. 과거에 안주하다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둔 레슬링과 복싱은 재 도약을 준비해야 하고 중국 견제에 실패한 탁구의 경우도 만리장성의 벽이 영원히 난공불락일 리는 없다.
체육계와 정부의 변화도 요구된다. 영역 다툼이나 생색 내기를 없애고 충분한 예산 투입으로 꿈나무 발굴과 장기 육성에 나서야 한다. 4년마다 반짝이 아닌 국민들의 꾸준한 관심 역시 스포츠 세계 10강 수성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