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최상호 '신들린 샷'

10언더로 96년 본인이 세운 국내 최소타 타이


우리나이로 쉰 하나인 최상호. 그가 3일 비에이비스타CC 북동코스(파 72ㆍ7,171야드)에서 개막된 동부화재 프로미배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총상금 3억원)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18홀 합계 10언더파 62타로 KPGA 최소타 타이. 최상호 자신이 지난 96년 영남오픈(경주조선CC) 2라운드 때 국내 골프역사상 처음 세웠던 기록이다. 이날은 보기 한 개도 없이 버디 8개에 이글 1개를 잡아냈다. 특히 전반 9홀에서는 첫 홀과 9번 홀만 파였을 뿐 4개홀 줄 버디에 파4홀 이글, 또 2개홀 연속 버디 등 정신 없이 타수를 줄였다. 더구나 이글을 잡아냈던 6번홀은 458야드의 핸디캡 1번홀이었다. 그는 이 홀에서 드라이버 티 샷이후 220~230야드쯤 남은 거리에서 3번 우드 세컨 샷을 했으며 그 볼이 홀로 빨려 들어 ‘알바트로스 같은’ 이글을 작성했다. 9홀 합계 8언더파 28타는 지난 2001년 박노석이 PGA선수권 1라운드(휘닉스파크CC)에서 세웠던 9홀 최소타 타이다. 최상호는 이 날 17, 18번홀에서 내리 4m가량의 버디 기회를 잡아 신기록 작성을 눈앞에 뒀지만 그 전까지 그토록 잘 빨려 들던 볼이 홀 주변을 맴돌면서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18홀 최소타 기록을 의식했다”는 그는 “마지막 홀 버디 퍼트는 스트로크도 너무 좋았는데 라이를 잘못 봤던 것 같다”며 살짝 스쳐버린 신기록 경신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나이가 들어 무리하면 온 몸이 쑤시는 바람에 연습도 많이 못했는데 전성기 때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없이 기쁘다”며 10언더파 기록의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상호가 이날 이처럼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말 대로 “드라이버나 아이언 모두 잘 됐지만 특히 퍼팅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드로우 구질로 바꾼 뒤 드라이버 샷 거리가 15~20야드쯤 늘었다는 최상호는 아이언 샷 호조로 주로 4m내외의 버디 기회를 많이 맞았으며 예리한 퍼트 솜씨로 기회를 대부분 살려냈다. 골프 계 관계자들은 그의 선전에 대해 “지난 70년 골프에 입문한 뒤 35년 동안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연습 덕분”이라며 “특히 퍼터를 끌어 안고 잘 만큼 퍼팅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 왕에 오를 수도 있는 최상호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지만 잘 될 것도 같다”며 “신예도 아니니 크게 흥분하지 않고 끝까지 내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안창수(33ㆍ애시워스)가 7언더파 65타를 기록했으며 박노석(38ㆍ대화제약)이 6언더파 66타를 기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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