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6월 14일] 태극전사에게 배워라

"우리나라 은행들도 축구 대표팀처럼 잘 했으면 좋겠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그리스전이 끝난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은행권 인사에게 들은 얘기다. 환상적인 드리블로 그리스 선수 2명을 따돌린 채 승리의 쐐기골을 터뜨린 박지성을 칭찬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지만 그는 본업인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우리나라 은행이 골목대장에서 벗어나 축구처럼 해외에서도 통하는 수준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그리스전을 지켜본 외신들이 칭찬할 정도로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인재', 즉 선수들의 역량이 한단계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박지성ㆍ이영표 같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큰 무대를 경험했고 조기 축구유학을 떠났던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의 기둥을 형성하면서 유럽 강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소프트파워가 강해지면서 생긴 성과다. 우리나라 금융은 어떠한가. 금융도 축구처럼 전형적인 '사람' 장사다. 경쟁력 있는 전문인력이 있어야 씨티은행 등 글로벌 금융그룹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국책은행장은 "우리 금융 산업은 훈련된 인재가 부족하다"며 "10~20년을 내다보고 금융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산업에서 사람은 여전히 부수적인 요소다.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덩치 큰 은행이 필요하다는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마치 큰 운동장이 없어서 축구를 못한다는 논리다. 세간의 관심인 KB지주 회장 유력 후보들도 우리금융그룹이나 외환은행 등에 대한 인수합병(M&A)에 대해서만 열을 올린다. 핵심인재를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공식적인 언급은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금융도 미래를 내다보고 소프트파워 육성에 힘을 쏟았으면 한다. 축구 국가대표팀도 1990년대 '뻥축구(공을 차놓고 달리기만 하는 축구)'에서 2010년 아르헨티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지금부터라도 금융업 '맨파워' 육성에 전력투구하면 10~20년 내 해외 유수업체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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