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 영웅전] 다른 방책이 없다

제3보(41~47)



물가정보배의 1인당 제한시간은 10분이다. 이런 속기에 필수적인 것은 수읽기의 속도이며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배짱이다. 어차피 쌍방이 초읽기에 몰리게 마련인데 이 초읽기라는 것이 너무도 살인적이다. 마지막 10초의 카운트다운은 심장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준다. 프로기사들은 누구나 이 카운트다운에 숙달된 편이지만 그 압박감은 언제나 당사자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이번 결승3번기는 그런 의미에서 홍성지에게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온소진) 낙관파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게다가 홍성지는 이세돌보다 4년이나 연하이다. 25세인 이세돌보다는 21세인 홍성지가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이세돌은 연이은 대국으로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리그에까지 참가하느라고 쉬는 날이 거의 없다. 그뿐인가. 와이프에게 신경 써주어야지, 딸아이한테도 시선을 보내야 하지…. 이런 얘기를 하며 검토진들은 홍성지 우세론에 찬성을 표시했다. 무려 3분을 이세돌은 41에 썼다. 제한시간 10분 가운데 3분이면 이것은 장고나 다름없다. 이렇게 고심하고서도 응수는 가장 평범한 흑41이었다. "다른 방책이 없어요."(백대현) 참고도1의 흑1이 상식이지만 지금은 백이 2와 4를 선수로 두고 6에 푹 씌워버리면 하변이 그대로 백의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참고도2의 흑1로 젖히는 것은 백2의 이단젖힘이 멋진 수가 된다. 흑5면 백6으로 몰아서 축이다. 흑5로 A에 잡는 것은 백이 B로 꼬부릴 때 대책이 없다. 이세돌은 실전보의 흑47로 백진 폭파에 나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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