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토지정보 이용 쉬워진다

김용덕 <건교부 차관>

사람의 경력이나 능력을 알려주는 이력서가 있듯이 땅에도 이력서가 있다. 용도지역ㆍ용도지구라는 것들이 그것인데 이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땅이 어떤 쓸모가 있고 앞으로 어떻게 이용이 가능한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력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누락됐거나 복잡해서 도통 내용 파악이 어렵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잘못된 이력서를 믿고 사람을 채용한 기업이라면 머지않아 배앓이를 할 것이고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땅에 투자한 기업이라면 건물 건축이나 공장 설립에 차질이 생겨 거덜날 수도 있다. 이러다 보면 국가 경제도 토지발 동맥경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땅 문제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대표적인 동맥경화 유발요인으로 지적돼왔다. 군사 목적, 농지 보호, 생태환경 보호 등 다양한 시대적 요구를 땅 위에서 해결하려다 보니 지금까지 324개나 되는 용도지역ㆍ지구가 만들어 졌고 마치 칡넝쿨처럼 엉켜 있다. 소관도 14개의 중앙부처로 분산돼 있으며 관련된 법률도 121개나 된다. 한필지당 평균 5개 정도가 지정돼 있는데 많은 경우에는 7~8개의 용도지역ㆍ지구가 겹쳐 있다고 한다. 내 땅에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어느 민원인의 하소연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비좁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보면 이런저런 규제가 불가피한 점도 있다. 국토의 70%가 산지이고 그나마 도시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5.9%로 남한 면적의 3분의1 수준인 대만과 엇비슷하다. 영국 13%, 일본 7.1% 등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가용용지 자체가 넉넉지 않은 형편이다. 이제 정부는 토지이용 분야에 있어 사용자 중심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토지이용 규제기본법안’을 마련했고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내년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단순화이다. 기존의 지역ㆍ지구 중 지정 목적이 유사한 5개는 2개로 통ㆍ폐합하고 나머지 7개는 폐지된다. 또한 5년을 주기로 운영 실태를 재평가해 불합리하다고 판정되면 과감히 정비해나갈 예정이다. 둘째, 투명화이다. 규제의 목적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해당지역 주민의 의견 청취를 의무화한다. 특히 지도상에 표시해 알기 쉽게 하는 데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개발한 3차원 음영지형도가 활성화된다면 마치 손바닥 위의 손금을 보는 것처럼 확연해질 것이다. 그리고 토지종합정보망을 통한 전산화이다. 용도지역지구도를 비롯한 지형도ㆍ지적도 등의 데이터베이스와 필지별 규제 정보가 담겨져 있어서 전국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실시간 정보 확인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지자체의 토지거래와 공시지가 관리, 부동산중개업 관리 등 각종 행정 정보가 전산화돼 토지행정의 생산성 향상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편으로 정부는 사용자 중심의 토지이용정보가 자칫 개발자의 편의 위주로 흐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기왕에 개발될 곳이라면 철저한 개발계획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하겠지만 자연환경의 보존이 필요한 곳이라면 보존지역이라는 신호표시를 명확히 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노력을 병행해나갈 것이다. 토지는 국민생활의 터전이며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것의 공통 분모이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국가경쟁력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토지에 대한 획기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의 토지이용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국민들의 참여와 협조 속에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의 선진 한국을 여는 단초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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