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하락 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들이 달러화 하락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외환시장에 대한 ‘공동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반면 미국은 최근의 달러 약세는 큰 문제는 아니라며 유로존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이번 주에도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은 달러약세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주 영국, 아일랜드, 폴란드 등을 돌며 2기 부시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은 달러화 약세 문제에 초점을 맞춰 스노우 장관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스노우 장관과의 회동에 앞서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별도의 모임을 갖고 달러약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처럼 유럽국가들이 최근의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해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 미국은 오히려 느긋한 반응이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는 4%,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3.5%나 떨어졌다.
특히 달러화는 지난 10일 유로당 1.3005달러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화 급락은 유럽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이에 따라 이미 고유가로 경기가 꺾이고 있는 마당에 달러약세가 지속될 경우 유럽경제는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등 고위 관계자들은 달러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의 달러 하락이 그리 지나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환율마찰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최근 외환시장은 아주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달러 약세는 지난 2002년 이후 나타난 장기적 추세일 뿐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이 달러약세를 용인하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달러화는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12일 전세계 외환시장 전문가 5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는 달러화를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