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악재에 '안정대책' 약발 한계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주식시장에서의 약발은 반나절도 가지 않았다.
정부는 4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수급안정대책을 비롯해 외환시장 안정의지를 표명했지만 효과는 오전 한 때 반짝쇼로 끝났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연중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한 데 이어 올들어 처음 400선으로 주저앉았다. 지수 500선 붕괴(종가기준)는 지난 99년2월28일 이후 25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주가 하락의 주요인은 미국과 일본시장의 불안에 있다. 여기에 지지부진한 금융ㆍ기업구조조정이 맞물려 환율 급등,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나스닥이 1,500대에서 바닥을 다지면 서울 증시도 2ㆍ4분기 중후반부터는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풍의 한가운데에 놓인 서울증시
서울 증시는 지난 연말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해 말 위기상황 때는 정부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500선을 지키는데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시장 불안정의 직접적인 원인이 내부변수보다는 외생변수에서 파생됐기 때문이다.
굿모닝증권 리서치센터 이근모 전무는 "증시불안이 시장 내적인 요인보다는 미국경기 악화와 실적부진에서 파생됐기 때문에 정부대책이 쉽게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외환시장의 안정의지를 표명했지만 엔화약세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원화에 대한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이뤄지면 그동안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보유주식 매각을 미뤘던 외국인들의 매물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설령 정부 의지대로 외환시장이 안정되더라도 엔화약세로 인해 수출기업의 실적악화 부담이 새롭게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증시대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다시 거세지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시장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바닥을 확인하지 못한 채 미끄러지고 있어 미국내 펀드의 환매물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매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기술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물공세도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증시대책에 포함된 수급개선 방안에 따라 연기금이 추가적으로 주식을 거둬들여도 외국인의 매물과 상쇄하고 나면 증권시장의 수급개선 효과는 나타나기 힘든 실정이다. 연기금의 주식매수 여력도 정부의 기대대로 6조원에 이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태풍은 피하고 봐야
증시 관계자들은 일단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는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한다. 외국인의 매물공세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는 추가적인 지수하락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이 외부변수에 의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은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된 상태로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태풍이 지나간 다음 의외로 빠른 주가회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 하락이라는 광풍이 멈출 시기는 회복의 모양새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V자형으로 미국경기가 급속 회복할 경우 5ㆍ6월경, U자형을 그릴 경우에는 올해말이나 내년초쯤 미국증시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구조조정이 최선의 부양책
시장에서는 정부가 단기대책에 연연하기 보다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가 내놓은 증시부양책은 언제나 후유증과 부작용을 빚어왔다는 경험이 깔려 있다.
신영증권 장득수 리서치부장은 "최선의 경기ㆍ증시 부양책은 정부 개입보다는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에 주력하는 것"이라며 "무리한 부양정책을 밀고 갈 경우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을 빠져나갈 기회만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답보상태인 금융권 구조조정에 전력을 다하고 시장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을 꾸준히 시행한다면 해외악재가 잠잠해질 때 국내경제상황을 보다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