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잇는 지수연동상품은 연4%대의 낮은 은행 예금금리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리스크를 감당하기는 싫은 안정지향형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특히 은행권의 지수연동상품은 대부분 원금이 보장되도록 설계돼 있어 정기예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으면서 원금 손실만큼은 피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저위험, 고수익(low risk, high return)=올들어 은행들이 판매했던 지수연동상품은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에서 800대로 꾸준히 오름세를 타면서 상당수가 10% 내외의 수익률을 올렸다. 국민은행이 지난 3월 판매한 `KB리더스 정기예금4호`의 경우 KOSPI200이 가입 당시보다 40% 이상 올라 최근 목표수익률인 10.2%를 달성했다. 외환은행이 지난 4월 판매한 `베스트초이스 정기예금 3차 안정상승형 4호` 역시 만기지수가 기준보다 5% 이상 상승하면서 연8%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상품구조는 은행 고객의 성향에 맞춰 보수적으로 설계돼 있어 원금 손실폭은 없거나 매우 적다. 일정 비율 이상의 투자자금을 안전한 채권에 넣고, 나머지 일부를 주가지수옵션 등 주식관련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흥은행이 선보인 지수연동상품 `베스트 지수연동20`은 주가하락시에도 원금을 보장해주고 주가가 기준지수보다 20% 이상 상승할 때 연6%의 수익을 확정하는 한편 상승폭 20% 내에서는 최고 연16.8%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베스트 지수연동 30`은 주가가 하락해도 원금과 함께 2%의 기본수익을 얻을 수 있고 기준지수보다 30% 이상 상승할 때 연4%의 수익을 확정하며 30%이내에서는 최고 연11%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옵션기법을 다양하게 활용해
▲만기시점의 주가상승률에 비례해 수익률을 지급하는 불스프레드형
▲주가가 약정한 하락폭 이상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이자를 지급하는 리버스컨버터블형
▲투자기간중 약정한 지수에 한번이라도 도달하면 확정이자를 지급하고, 이후 만기지수에 따라 약정대로 수익을 지급하는 녹아웃형
▲만기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나 이하가 되면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원금만 보장해주는 디지털형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가가 800선에 다가서면서 과연 지수연동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그러나 최근 나온 상품들은 주가가 상승할 때나 하락할 때 모두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내도록 양방향으로 설계된 상품이 많이 나왔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박스권 장세에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양방향형 지수연동상품을 권하고 있다.
◇이자지급조건, 꼼꼼히 따져라=투자위험이 적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은행이 제시하는 최고 수익률의 가능성만 믿고 가입을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현재의 주가수준, 만기시점까지 예상되는 주가흐름을 따져서 각각의 경우마다 은행이 지급하게 될 수익률을 꼼꼼하게 비교해봐야 원금만 겨우 건지거나 정기예금보다도 낮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지수가 800이라고 가정할 때 주가가 만기까지 한번이라도 30% 이상 오르면 연7%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의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1040을 넘어야 최고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30% 이상 하락해야 원금손실이 있다는 조건이 같이 있을 경우 지수가 560 이하로 떨어지면 손해를 본다. 국내 증시는 500에서 1000 포인트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박스장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상품은 최고수익을 낼 가능성도 적지만 손실을 볼 가능성도 매우 적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가입시점도 중요하다. 주가가 저평가됐을 때 상승형을, 고평가됐을 때 하락형에 가입한다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올 초 주가가 510포인트 대까지 떨어졌을 때 상승형 상품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주가가 800선에 달하면서 최고 20%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은 “주가 움직임에 따라 지수연동상품은 높은 수익률을 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정기예금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마저도 박탈당할 수 있다”며 “지수 변동에 따라 지급되는 이자 수준이 얼마인지 하는 상품구조를 꼼꼼하게 따지는 것은 투자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회의원(한나라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