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남미의 '反美' 바람

최근 실시된 볼리비아의 대선 결과는 이라크 총선만큼 역사적인 일이었다. 에보 모랄레스 당선자는 500년 전 정복자들이 도착한 이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모랄레스의 당선은 20년 전 볼리비아가 민주화된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하지만 조지 부시 행정부로부터 축하 인사를 듣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랄레스는 대선 당시 자신을 ‘워싱턴의 악몽’이라고 선전했다. 그는 코카인 재배 단속, 천연자원 민영화, 무역 자유화 등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모든 남미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그가 선호하는 남미 지도자는 우고 라파엘 차베스 프리아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루스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다. 그리고 남미 지역 반미 지도자들의 정치적 인기 상승은 점차 추세가 되고 있다. 남미의 정치적 균형은 좌익으로 이동하고 있다. 3억6,500만 남미 인구 중 3억명가량이 좌익 정권 아래 있다. 이중 브라질과 칠레 등 많은 국가들이 미국과 돈독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는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모랄레스는 차베스 대통령의 방식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조만간 실시될 남미 지역 선거에서도 선동적인 좌익 정당들이 득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년간 미국이 제안한 남미의 경제ㆍ무역정책이 수백만명의 도시 및 농촌 빈민들에게 별 이득을 주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또 부시 행정부가 남미의 사회 문제 해결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도 의미한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남미 지도자들과의 관계 개선에 심각할 정도로 무관심했다. 지난 80~90년대 볼리비아보다 더 열정적으로 미국의 경제 처방을 수용한 나라는 없었다. 하지만 볼리비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의 60%가 빈곤층일 정도로 남미의 가장 가난한 국가로 남아 있다. 좌파와 성난 빈민들이 모랄레스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남미의 대통령궁은 물론 거리 곳곳에서 미 제국주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 행정부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웃 국가와의 우호는 놓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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