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주요 쇠고기 수출시장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연령ㆍ부위 제한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의 총대를 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이 같은 한국의 사례를 들어 일본 등 수입제한 국가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미국 육류수출협회(USMEF)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멕시코로 11억8,507만달러어치를 사먹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캐나다(6억203만달러), 일본(2억4,425만달러), 한국(1억1,879만달러), 대만(1억721만달러), 중국ㆍ홍콩(3,632만달러) 등이 미국산 쇠고기의 주요 수입국으로 이들 상위 6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출의 87.6%를 차지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제외하면 동아시아 4개국이 사실상 미국 쇠고기시장의 ‘큰손’인 셈이다.
이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ㆍ부위 제한없이 받아들이기로 한 나라는 지난 18일 협상이 타결된 우리나라와 미국과 마찬가지로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받은 캐나다뿐이다. 최대 수입국인 멕시코는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 제한을 두고 있고 3위인 일본은 더 강한 ‘20개월 미만’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ㆍ홍콩도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 조건을 아직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우리나라의 이번 쇠고기시장 완전개방에 큰 의미를 두면서 우리나라와의 협상을 다른 수출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적극 이용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에드 샤퍼 미 농무부(USDA) 장관도 18일 한미 쇠고기협상 타결 직후 USDA 홈페이지에서 “한국이 일본ㆍ대만ㆍ중국 등 다른 아시아 나라들을 위해 빗장을 열었다”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합리한 제한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계속 나머지 환태평양 지역에 ‘완전 개방’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우리 정부와 여당은 “현재 전세계 96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ㆍ부위 제한없이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수입실적을 고려할 때 이들 96개국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쇠고기 수출의 90% 가까이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미국산 쇠고기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들 96개국 중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민감한 이슈가 될 만큼 수입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유럽연합(EU) 국가 및 EU와 동등한 조건을 요구하는 32개국을 미국 쇠고기를 제한조건 없이 수입하는 나라로 분류하고 있지만 실제 지난해 유럽권에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한 나라는 네덜란드와 폴란드ㆍ영국 단 3곳에 불과했으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성장호르몬 사용 등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