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해상경계선 삼아온 국방부 입장과 배치 '파장'

■ 盧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
한나라 "현실무시" 비판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밝혀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국가 수반이자 군통수권자인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NLL을 ‘남북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여겨온 국방부와 유엔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데다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한 일반 다수의 인식과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NLL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그동안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선으로 현재까지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할해왔고 해상 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남북 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NLL 문제와 관련해 헌법을 끌어들이는 것은 문제 있는 논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책 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하고 남북 정상이 두 차례나 만나 회담을 한 마당에 이 같은 헌법조항을 논거로 삼을 수는 없다”며 “NLL을 지키려고 남북이 교전까지 했다. NLL은 남북이 대치하는 선으로 봐야 하고 국제정치적으로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날 NLL 관련 언급이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어로 등 서해평화협력 특별지구 설치 문제를 임기 내에 분명히 해두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일고 있다. 오는 11월 평양에서 열기로 한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NLL 문제에 대해 미리 ‘영토선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 회담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에는 정부가 북측의 NLL 재설정 주장에 대해 양보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깔려 있다. 한 국방 전문가는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NLL 문제와 관련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국방부가 11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즉각 “남북관계의 현실을 무시한 안이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NLL은 바다의 휴전선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며 “노 대통령의 오도된 현실 인식이 남북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맹형규 의원도 “NLL은 우리 해군이 수십년 간 피와 땀으로 지켜낸 우리의 영토선”이라며 “노 대통령의 사고와 인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