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6(수) 18:06
-李鉦先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 가솔린엔진설계1팀 차장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과학재단이 제정한「이달의 과학기술자상」제18회 수상자로 이정선(李鉦先)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 가솔린엔진설계1팀 차장이 선정됐다. 李차장은 유럽의 리터카 및 국내 경차에 탑재하기 위한「입실론(ε)엔진」을 100% 독자기술로 설계, 개발한 주역. 국산 경차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 그의 연구활동과 연구세계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이정선(李鉦先)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 가솔린엔진설계1팀 차장(41). 더 정확히는 ε-엔진 개발팀장. 그는 길다란 직함만큼이나 고단한 여정을 걸어왔다. 전남 영암 월출산 자락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마침내 울산에서 엔지니어로 꽃을 피우기까지 그의 인생은 가난 또 가난으로 점철됐다.
李차장은 광주상고와 조선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한순간도 자취생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좋아하는 계절마저 여름에서 겨울로 바뀌었다. 반찬때문이다. 당시 李차장의 유일한 메뉴는 김치. 냉장고가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그 시절, 늦가을에 담근 김장김치는 겨울내내 그를 반찬걱정에서 해방시켰다.
『맨밥 뿐인 도시락도 자주 싸갔습니다. 급우들의 반찬을 함께 먹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것도 운이 좋아야 합니다. 녀석들이 2, 3교시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도시락을 까먹으면 황당해 지니까요.』
기계공학을 전공한 李차장은 지난 82년 현대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나래를 펼 절호의 찬스를 잡은 것이다. 그는 즉시 성공한 엔지니어를 향한 인생 프로젝트를 짰다. 그리곤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이 때문인지 李차장은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자동차 엔진을 설계·개발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李차장은 어원과 관계 없이 『엔지니어란 엔진을 다루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엔진에 대한 李차장의 눈길은 애정 그 자체다. 지난 93년 자신이 처음 설계·개발한 엔진이 우렁찬 시동음을 내며 돌아갔을 때 그는 『세상에 태어나 경험한 모든 것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다. 엔지니어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 말했을 정도.
李차장은 『기술이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물론 창조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존의 것에다 「+α」를 해나가다 보면 나타나는 결과물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 들어가는 기술인의 열정과 노력이야 말로 창조 그 자체라는 것. 창조를 화두로 기술개발에 매달리는 사람은 이래서 대부분 워커홀릭(일 중독자)이 된다.
그에겐 정해진 퇴근시간이 없다. 엔진을 새로 설계하거나 개선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신혼초에는 그의 아내 이경희씨로 부터 『바람둥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행동으로 「이상한 사람」취급을 받기도 했다.
「오르고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는 말처럼 그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기발한 착상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인지 李차장이 가장 좋아 하는 말은 아무리 어려운 글도 많이 읽으면 그 뜻을 깨칠 수 있다는「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篇義自見)」이다.
李차장은 16년간 엔진만 설계·개발해 온 자타가 공인하는 엔진박사. 그럼에도 그는「하면 할 수록 모르겠다」고 말한다. 자동차 엔진분야의 최고 장인 반열에 오른 그가 이처럼 얘기하는 것은 겸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뒤엔 좀 더 큰 뜻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족과 자신감도 좋지만 어느 정도의 불만과 부족함을 느껴야 창조와 개선이란 목적지를 향해 항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李차장은 확실한 조직 우위론자이기도 하다. 이제 중간 관리자가 된 그는 상사의 지시, 자기의 소신, 그리고 부하의 의견을 3분의1씩 섞어 판단하되, 일단 일이 결정되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간다. 우스갯 소리로 「당(黨)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식이다.
李차장에겐 아이가 3명 있다. 큰 아이 지혜와 둘째 지현이는 올해 13살과 11살로 각각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이다. 반면 막내 동건이는 다섯살이다. 늦둥이다. 그러나 보통 늦둥이가 아니다. 3대독자다.
李차장은 아내 이경희씨가 동건이를 낳을 때 혼자서 병원을 지켰다. 아무도 못오게 했다. 아들일 것이라는 짐작은 했지만 만에 하나 아내가 『미안해요』라고 말을 하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결국 李차장은 해냈다.
李차장은 동건이를 낳은 후 그 좋아하는 담배를 하루 2갑에서 1갑으로 줄였다. 동건이에 대한「선물」의 의미로.【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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