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업체 늘어 스카우트전 치열연간 30%가 넘는 성장세에다 높은 판매 마진 탓에 너도 나도 화장품 방문판매(이하 방판) 시장에 뛰어들면서 방판시장이 화장품 업계 최대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 간 방판인력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인력 손실을 가장 먼저 본 곳은 선발 업체들이다. 판매 노하우가 없는 후발 업체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기존 업체의 우수 인력을 빼가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방판 선발업체인 모화장품회사의 경우 한 지역 담당자가 타 업체에 스카우트되면서 100여 명의 판매사원도 한꺼번에 빠져나가 곤욕을 치렸다.
또한 후발업체에 인력을 빼앗긴 선발업체가 다른 선발업체의 사람을 빼가는 경우도 발생해 인력 유출의 악순환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후발업체 뿐만 아니라 후발업체에게 인력을 빼앗긴 선발업체까지 스카우트 경쟁에 나섰다"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후발 업체들도 인력 유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업계의 과당 경쟁이 심각해지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화점 수입 브랜드들의 공세로부터 국내 화장품 업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시장인데 이런 식으로 경쟁하다 보면 공멸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70~80년대 국내 화장품 유통의 주류를 이루었던 방판 시장은 IMF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도 2조5,000억원 규모인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구방판 부문(회사가 전체 판매사원을 관장한다)과 신방판(회사가 특정 판매조직과 계약을 해서 판매망을 관리한다)부문이 각각 15%, 17% 정도를 차지했다.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구방판과 신방판 각각의 비율은 올해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방판 시장은 태평양, 코리아나, 한국화장품, 한불 등이 선두주자로 자리잡고 있지만 LG생활건강, 나드리화장품, 소망화장품 등이 올해 초 출사표를 던지고 선발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최근엔 애경산업도 방판시장에 뛰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방판 회사들도 서서히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제품 개발에 투자되어야 할 비용이 인력 확충 비용으로 쓰인다고 생각한다면 방판 제품에 대한 불신만 높아질 것"이라며 "아무리 인적 판매가 매출의 근간이라 할지라도 서비스와 제품의 질로 승부한다는 자세가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정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