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왜 이러나] 역외세력 달러 과매도 반작용

환율이 사흘 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요동을 치자 외환시장이 온통 혼란에 빠져 있다. 1,100원대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가 지난 13일 1,144원대에서 저점을 찍은 후 장중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한 때 13원90전 오른 1,184원40전까지 급등하다가 다시 약보합 수준까지 급락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엔화 환율이 달러당 110엔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등한데 놀란 역외시장의 투자자들이 달러를 대량으로 매수하면서 원화환율도 급상승 했지만 중간 중간 차익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등 기관들도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열명 가운데 아홉은 여전히 `원화 강세`가 대세이며, 일시적인 환율반등은 이달 초 까지 이어진 달러 과매도의 반작용일 뿐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환율 급등 배경은= 최근 몇 달 동안 원ㆍ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달러매도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이 환율 급반등의 기본 배경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신호가 강해지면서 유로ㆍ엔 등 세계 각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환율도 예상 밖으로 치솟자 그동안 `포지션 관리`를 잘 못해온 역외시장의 세력들이 원화를 `손절매`하고 달러를 사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것.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최근 역외세력의 손절매는 1,170원~1,150원 선까지 구축했던 달러화 과매도 포지션이 주 원인”이라며 “사흘 간 환율이 1,180원 선까지 올랐기 때문에 이제 역외세력이 이 정도에서 손절매를 정리한 후 엔화 동향에 다시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화만 약세가 될 뚜렷한 이유가 없는 상태인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시장개입 자제해야=정부는 이날 환율 폭등에도 불구하고 `구두개입`조차 하지 않았다. 환율이 떨어질 때는 돈을 찍어서라도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하겠다고 나섰던 당국이 환율이 급반등하자 `노 코멘트`로 일관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불만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직접 외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하면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거대한 통상압력까지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외화를 매입하는 정부정책은 외환보유고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고 외평채의 거액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며 “환율수준의 결정은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기되 국내외 금리차,국제수지 등 환율이 결정되는 여건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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