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발생한 미국 북동부의 대규모 정전사태에도 불구, 잇단 경제지표 호전에 힘입어 달러가 상승세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7월 산업생산이 최근 6개월 래 최대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말 달러는 소폭 올라 주간 기준으로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달러 가치는 전일 유로 당 1.1273달러에서 1.1266달러로 올랐고,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 당 119.10엔에서 119.19엔으로 상승했다.
시티그룹의 외환투자 전문가 스티븐 세이웰은 “지표들이 잇달아 호전되고 있어 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 같은 소식은 달러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주말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가 테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언급으로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세이웰은 최근 미 경제 회복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조만간 달러가 유로 당 1.07달러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가치는 지난 달 유로 당 1.20달러에 육박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었다.
이 같은 달러 가치 회복은 무엇보다 지속적인 미 경제지표 호전에 기인한 것. 당초 지난 주 발표 예정이었으나 정전에 따른 발표 지연으로 이번 주 화요일 발표 예정인 8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의 90.0에서 91.4까지 오를 것으로 블룸버그 서베이는 전망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럽 경제 회복 속도는 크게 뒤쳐지고 있어 미 경제와 유럽 경제의 성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주 발표된 블루칩 경제지표 서베이는 미 경제 성장률이 3분기 3.7%를 기록한 뒤 4분기에는 3.8%로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지난 주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유로 지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와 같은 0.1%로 집계돼 같은 기간 2.4%의 GDP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경제지표는 달러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유로의 매력을 반감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초 달러ㆍ유로 환율이 유로 당 1.15에서 1.20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최근 단기 전망을 유로 당 1.10선으로 조정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