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이 25일부터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협정 시효를 4년이나 남겨놓고 개정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현행 협정이 원자력 평화이용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한미 양국이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의 핵확산에 대한 거부반응이 의외로 커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핵연료 재처리 권한 등 '핵 주권'을 되찾으려는 우리의 숙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지난 1974년 체결됐다. 1978년 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가 가동되기 4년 전이다. 원자력에 전문지식과 기술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체결된 협정이어서 거의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담고 있다.
원자로 건설, 핵연료 재처리는 물론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핵심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고 원전 수출조차도 미국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게 돼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수준의 원전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제 핵 주권을 되찾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원전 강국이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을 계기로 터키ㆍ아르헨티나ㆍ이집트 등 세계 각국이 한국형 원자로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도 할 수 없는 절름발이 원자력 강국이다. 원자력발전소에는 사용 후 핵연료가 넘쳐나 오는 2016년에는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핵 주권 확보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담을 주최하게 돼 있어 핵 주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원전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 생산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의 과정을 자율적으로 하는 일본 수준의 핵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제한하는 낡은 협정은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은 한국의 핵 주권 회복 노력에 부응하고 대신 한국은 '핵 책임'이행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의 핵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이 원전 강국 한국의 현실과 입장을 반영하는 방향에서 개정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