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 위기와 기회

중국 톈진(天津)에서 10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전자부품 업체 K사의 J사장은 요즘 중국사업을 접을지 말지를 고민 중이다. 그는 “중국이 기업 천국이라는 것도 이제 다 옛말이 됐다”면서 “베트남이나 인도 등 사업하기 더 편한 곳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은 비단 J사장만의 것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은 한국의 10분의1 수준인 임금에 고무줄처럼 자유로웠던 노동유연성, 공짜나 다름없던 저렴한 공장 용지 공급에 갖가지 세금 혜택에 이끌려 중국에 들어왔는데 이 같은 ‘중국 메리트’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새해에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외자기업들이 누려온 각종 우대 혜택을 대거 철회할 예정이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다. 자국 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하지만 당장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실질적인 부담과 정신적인 충격은 대단히 크다. 당장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큰 걱정이다. 중국 전인대(全人大ㆍ국회)는 오는 3월 내ㆍ외자기업의 법인세를 통합해 외자기업의 세율을 8%포인트가량 높이는 기업소득세법을 심의ㆍ통과시킬 예정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외자 수출기업들에 대한 증치세(增値稅ㆍ부가가치세) 환급률을 낮추고 가공무역 금지 품목을 대폭 늘릴 예정이어서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임금ㆍ토지 비용 부담도 무거워진다. 우선 새 ‘노동계약법’에 따라 근로자들의 해고가 힘들어지고 임금 비용이 급격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무원은 토지 관련 규정을 전격 수정, 새해 첫날부터 외자기업의 토지사용료를 두 배로 올렸다. 국토자원부는 지난달 ‘전국 공업용토지 최저가 표준 시행령’을 통해 외자기업에 대한 공장 용지 가격 하한선을 대폭 높였다. 땅값과 세금, 인건비 부담이 한꺼번에 커지는 정해년 새해 중국 대륙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고난의 시절을 맞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이윤 압박에 시달리다 공장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세(亂世)에는 반드시 영웅이 태어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에게는 중국인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베이징 시내를 한국 택시로 가득 메운 현대자동차, 중국 가전시장의 강자로 우뚝 선 LG가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 오지를 마다 않고 기업혼을 불사르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올해는 한중 수교 15주년을 기념한 ‘한중 교류의 해’이고 홍콩 반환 10주년이다. 베이징올림픽 열기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시장의 흐름을 잘 읽고 대처하면 위기도 기회가 될 수 있다. 60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돼지의 해’, 한국 기업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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